전날 10시가 좀 넘어서 잤던가, 여튼 푹 잤다. 푹 잔 김에 일찍 일어나서 조깅을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중정기념관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아침에도 30도가 넘고 굉장히 습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호텔에 돌아와서 봤더니 웬걸 이 호텔에 장만옥 사인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첨밀밀 등 영화를 통해 엄청나게 좋아하는 배우이다. 좋은 호텔이긴 하구나. 그래도 다음에 대만에 온다면 Caesar Metro Taipei.
오늘은 베이터우 온천 지역 관람 후 단수이로 넘어가서 해안가를 구경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체력 이슈로 리타이어 하여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기로 했다. Caesar Metro 였다면 수영을 하면서 보냈을 텐데, 마침 옮긴 다음 날 체력 저하되어 그러지도 못했다. 다음에 대만에 온다면 무조건 Caesar Metro Taipei.
베이터우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서관은 뭐 그냥 도서관이었지만, 연못에 살고 있는 자라는 귀여웠다. 지열곡도 실제로 내 눈으로 보니 자연의 신비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사실 작년 초 엄마/형과 함께 도쿄 여행을 갔을 때 화산 지형 탐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온통 안개밖에 보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 씁쓸함을 가려줄 만큼 신비한 경험이었다. 지열곡을 마친 뒤 무료 족욕탕을 찾아 발을 담그고, 근처 공원에서 푸딩과 홍차를 마시며 요기를 했다.
역시 여행할 때는 비가 안 와야 해. 비가 왔더라면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됐을까 상상조차 안된다. 대만 여행에서 가장 큰 걱정은 날씨였다. 장마 시즌으로 알고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웬걸, 5일동안 스콜만 이따금씩 왔을 뿐, 구름이 잔뜩 끼어 해가 나지도 않았기에 돌아다니기도 좋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누구에게 감사할지는 모르겠으니, 함께 여행한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단수이로 이동해서는 강변에서 피자를 시켜먹고 그냥 돌아왔다. 바닷가를 보러 가자고 일정을 짰지만, 강만 잔뜩 보다가 왔다. 단수이에도 유적지가 꽤 많은 것으로 봤지만, 여기서 하루를 통으로 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점심 먹고 산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황소개구리를 파는 식당을 보았다. 살아있는 황소개구리들이 최면에 걸린 양 줄지어 뻐끔뻐끔 하는 것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세시 정도였을까, 엄청나게 효율적인 이동동선으로 대만을 여행한 셈이다. “여행이 아니라 행군 아냐?” 라고 묻는다면 노노. 여행과 행군은 마음가짐의 차이일 뿐이다. 즐기면 여행, 못 즐기면 행군일테다. 저녁은 이튿날 실패했던 딘타이펑을 재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엔 본점이 있는 신성 지점으로 선정한 뒤, 나는 웨이팅을 할겸 먼저 나왔다. “다섯 시 쯤 엄마 아빠 모시고 나와” 라고 형에게 말한 뒤 네시쯤 출발하여 도착하녀 네시 반. 딘타이펑 앞으로 갔더니 “바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해줬다. 이런!
부랴부랴 가족들을 불러 어찌저찌 식사를 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넷이서 갔으니 이것저것 다양하게도 시켜먹었다. 그 유명한 송로버섯 샤오롱바오 (다섯 알에 2만원 정도), 그냥 샤오롱바오, 공심채, 비빔만두, 우육탕 등등. 내가 제일 맛있는 것은 비빔만두였지만, 엄마와 형은 송로버섯 샤오롱바오를 택했다. 어쨌든 아빠를 포함하여 모두가 즐겁게 먹은 첫 끼니였다. 여행 80%가 지난 날에서야.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융캉제를 돌아다녔다. 펑리수도 사고, 술도 사고, 대만 대학생 코스프레를 하며 대학가에서 사진도 찍다가 아버지의 급격한 체력 저하로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잠깐 쉬다가 10시도 되기 전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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