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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6월의 대만 여행기] "가족여행에서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사실 편견 아닐까?" 1/5

부모님을 포함한 4인 가족의 6월 대만 여행기. 4박 5일의 일정 중 첫 번째 날은, 약간은 빡빡하게 시작했다. 4인 가족의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첫날에 패키지 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원이 5일 일정을 참여하게 됐지만).

 

10시쯤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이동하니 12시가 다 되어갔다. 두 시간이나 걸렸던 것은 우선 부산에서 출발한 부모님의 항공편 (나와 형은 인천발)을 기다렸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말도 안되게 느린 대만 입국수속 때문이었다. 이 때부터 "아 대만은 조금 느린 친구구나!" 하고 깨달았어야 했는데, 이후에도 답답한 적이 많았다. 원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여튼 패키지 시작은 한 시 반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시간이 촉박했다. 공항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이었다.

 

 

결국 타이베이 중앙역 (Taipei Main Station)에 있는 딤딤섬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호텔에 짐을 두고 다시 역으로 오기로 했다. 패키지는 택시투어였는데, 택시에는 공간이 부족하여 짐을 두기가 어렵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딤딤섬 맛은 괜찮았다. 줄을 좀 서기는 했지만, 길었던 줄에 비해 10분 정도면 입장 가능했다.

 

문제는 이후에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발생했는데, 생각보다 지하철의 텀이 길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도착 예정시간은 구글 지도에 쓰여진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지만, 초행길인 나로서는 잘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쪽으로 두 열차가 지나고, 좌우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감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급행열차가 들어왔고, 다른쪽은 일반 열차가 들어왔던 것이다. 다섯 명 정도에게 손짓발짓 해가면서 Wanhua Station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지만 모두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대만 지하철의 사람들은 차갑구나, 차가운 도시 사람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와야 했다. 시간은 두 시가 되어 30분이 밀렸지만, 전용 택시를 예약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택시 기사분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흰 반팔 셔츠에 검정 긴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굉장히 정중하면서도 밝은 모습이 오히려 일본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첫 날 이 분 덕택에 굉장히 편하게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서도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이해하기도 좋았다. 관광객이 많은 구간에서도 막힘없이 "이렇게 저렇게 하고, 이곳~ 저곳~ 들렀다 오면 됩니다!" 하고 말해주기에 그대로 했다. 나로서는 트립닷컴을 통해 인당 36600원씩, 총 146400 원을 들여 택시투어를 했다. 하지만 위 번호를 통해 카카오톡/위챗/라인으로 친구신청을 하여 직접 예약하게 되면 보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을 테다. 혹시 똑같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그냥 트립닷컴을 쓰면 될테지만, 여튼 이후 일정에서도 계속해서 대만 여행 정보들을 전달해주셨기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택시 투어는 스펀~지우펀을 거치는 경로였다. 오후에 출발하는 일정이었기에 두 개만 소화하도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우펀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형은 "다음에는 첫날 일정을 좀 가볍게 짜자" 라고 했지만, 정작 자기가 일정을 계속 변경했기 때문에 첫날에 패키지를 예약했음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싶었다. 브라질리언 킥으로 어깨부근도 세게 한 대 정도만 찰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꾹 참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후루룩 지나가는 패키지 여행의 맛은 꽤나 달달했다. 스펀에서 폭포 구경을 하거나 천등을 날릴 때 사진을 찍으면서 "이게 뭐하는 거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뇌를 빼놓고 따라다니는 맛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사진들을 보며 "그래 여기 갔었지!" 하는 재미가 있다. 지우펀에서 체력 이슈로 인해 30분 만에 철수할 때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역시나 꾹 참았다. 여행이란 건 이렇게 화나는 것을 참는 일이구나.

 

 

마지막 일정은 라오허 야시장으로 이동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형과 부모님은 야시장 초입에 있는 스테이크 집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난 야시장을 다섯 바퀴쯤 돌면서, 유튜브로 봤던 음식들을 모두 먹어보았다. 찹쌀 핫도그, 지파이, 파파야 주스 등등 모두 먹어본 후 느낀 점은, 찹쌀 핫도그 외에는 굳이 찾아서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미 먹었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찹쌀 핫도그는 참 맛있었다. NT 70 쯤 했으니, 한국 돈으로 3000원 쯤 했겠다. 딱 그 정도의 양과 맛이라고 하면 좀 냉정한 것 같긴 하지만, 3000원 짜리 끼니 때우기가 어려운 요즘에는 꽤 좋은 선택지라고도 생각된다.

 

 

그렇게 첫 날은 17000 보로 완료했다. 호텔로 돌아오니 분노로 가득 찼던 머리는 차갑게 식었고, "아 내일은 자유여행을 해야겠다" 다짐했더랬다. 같이 갈 사람 가고, 쉴 사람 쉬고. 가족여행은 다 같이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나만의 편견 아닐까? 같은 것들을 깨달았다. 호로요이를 마시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