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엔가, 매트리스 스타트업을 본 적 있었다. "이런 걸로도 창업이 된단 말야?"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스타트업이었지만, 산업 구조를 보고 나니 그럴 듯 하구나- 싶었더랬다. 회사의 이름은 캐스퍼다.
D2C 산업이란, Direct to Customer 의 약자로서 도/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지닌다. 어쨌든 소비자에 집중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부수적인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 이상적인 형태의 제조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업 자체로만 본다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성비" 측면으로 상품을 집중하는 탓에 RnD는 자연스레 줄게 되고, 이는 제품 차별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오직 소비자와의 신뢰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단점을 가져 온다. 미국에서 같은 형태로 매트리스 직거래를 운영하는 회사는 2021년 기준 127곳이 되는데, 이런 기업들과의 경쟁우위가 없는 것이다. 전통적인 매트리스 업체들과의 경쟁은 제쳐두고서라도.
캐스퍼는 그래도 상장까지 한 사례라고는 하지만, 백화점 체인인 Target이 2018년 제시한 인수금액인 9000억 원에 비하면 현재 시가총액인 2820억 원는 현저히 떨어진다. D2C 산업의 대표격인 면도기는 어떨까? 미국의 Dollar Shave Club 등에서 시작한 면도기 D2C를 한국에 그대로 들여온 것이 와이즐리이다. 매트리스에 비해 제품 회전율이 빠르고, 구독 서비스를 100% 활용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캐스퍼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에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와이즐리에게 최선의 전력은 결국 더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회사를 좋은 값에 매각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매트리스 파는 회사가 3000억 원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나름 용하다. 꽤나 잘 하고 있군!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이지만 제목은 "D2C 산업의 몰락"으로 정한 이상 글의 기조를 유지해야 했다. 가성비 제품을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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