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스스로 애자일로 성장하는 방법 -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자라기 편]

 

 종종 만났던 소프트웨어 개발자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다. 저자인 김창준은 "애자일"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온 초기 멤버라고 하며, 현재는 전문적으로 애자일 코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애자일이 대체 뭐길래?


 

 한 줄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애자일에 대한 내 인식은 정확히 위와 같다. "신속하게" "실제 작동가능한 제품"을 개발하여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는 방법. 토스가 처음 나올 때 "스타트업이 금융 업계에 어떻게 접근하려고 그래" 같은 우려를 뒤로 하고, 스프레드시트에 송금 리스트를 만들어서 간단하게 '받는 사람' 과 '금액' 정도로 서비스를 구현했던 방식도 애자일이라고 할 수 있다. 


1. 애자일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문구가 말콤 글래드웰을 통해 유명해진지는 꽤 오래 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 역시 수두룩하게 존재한다. 가장 큰 비판은 1만 시간이라는 것이 "Deliberate Practice"에 한정된 시간이라는 점이다. 그냥 저냥 아무 생각없이 시행하는 행동들까지 포함해서 "대충 1만시간을 했으니 나도 이제 전문가다" 하는 식으로 넘어갈 순 없다.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연습하는 시간(deliberate practice의 정의)을 늘려야 하는데, 이렇게 따지자면 일반인들은 몇 십년이 지나도 일상 업무 속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을 테다.

 

 이 책에서는 애자일을 통해 일상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 역시 deliberate practice로 전환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Deliberate practice에 필요한 "판단의 타당성"과 "피드백"을 애자일이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실행을 위해 업무의 핵심 영역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타당성을 획득하고, 빠르게 실행한 후 얻은 피드백을 통해 다음 실행을 수정할 수 있다. 

 

 어제 있었던 팀 미팅에서 선배(관련 글1 2)가 해준 이야기 역시 이 방법과 맞닿아 있다. 나는 물건을 운반할 때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슈트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들어가야 하는 파트에 디테일이 많이 필요해서 모든 필요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헤매고 있던 상태였다. 선배는 "다른 부분은 작동만 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지금 헤매는 부분에 집중해서 개선을 하라" 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애자일 그 자체가 아닌가?


2. 애자일을 적용하는 방법

 사실 늘 그렇듯, 말은 쉽다. 핵심이라고 판단되는 분야를 빠르게 제작하여 피드백을 얻어 반영해야 하는데, "핵심"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위에서 언급한 슈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핵심이 될 것인가" 라는 것을 주제로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나와있는 제품들과의 차별성을 주는 동시에 효과를 내야하는데,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독창성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애자일에서 말하는 방법은, 핵심을 찾는 과정 역시 애자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를 설정하고 통제해가면서, 어떤 효과가 어떤 변수에서 나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서 가능하다. 어쩌면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행과 피드백 없이 사고 실험을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함께 자라기" 책은 "자라기" 편과 "함께"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자라기" 편에 대한 분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책 자체도 200 페이지 남짓하므로 짧은 책인데, 자라기에서 소개해주는 내용은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례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말하자면, 애자일하게 행동하는 방법이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얻는 것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일단은 애자일이라는 방법을 어떻게 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라기" 편에 대해 정리를 해봤지만, 책에서 중점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함께" 편인 것으로 생각된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내용 역시 "뛰어난" 사람은 혼자서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필요한 내용을 주변인들로부터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아직 자라는 것도 벅찬 일이기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또 하면 하지. 머지 않아 "함께" 편을 리뷰하고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