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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 벤처캐피탈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는 것 - 퓨처플레이 6탄

 5탄에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미팅이 이뤄졌다. 궁금했던 것들을 거의 모두 물어볼 수 있었던 자리였고, 그만큼 짧은 시간(한 시간) 동안 이뤄졌기도 했다. 먹는 것은 샐러드로 배부르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지만, 긴장되어 소화가 안되는 정도의 식사는 전혀 아니었다. 사실 퓨처플레이에서 이렇게 우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탓이다.


성수 SM 사옥

 퓨처플레이는 성수 SM 사옥 8층에 위치했다. 로비에서 에스파 노래가 자꾸 나오길래, 선곡이 엉망이라 안내데스크 사람들이 고생 꽤나 하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반복재생을 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어봤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사실 두 가지밖에 물어보지 않았다. 첫 번째는 "누구머니"에 올라온 혹평 세례를 알고 있는지였고, 두 번째는 퓨처플레이가 사용하는 관찰 인터뷰의 방식이었다. 두 가지에 대해 기록 해보려고 한다.


1. 퓨처플레이는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여긴다.

 내가 했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물어볼 때 역시 직설적으로 물어봤더랬다. "혹시 '누구머니'라고 아시나요?" "아유 네, 누구보다 잘 알죠. 저희에 대한 신랄한 평가들이 많아서" "그렇게 강하게 Push하는 분위기는 혹시 그럼 회사의 문화 같은 건가요?" 이 질문의 전제는 그렇게 강하게 Push하는 것을 내가 경험했다는 뜻이었고, 참석했던 류중희 대표님과 심사역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투자하는 입장에서, 현재 방향보다 나은 방향이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여긴다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퓨처플레이의 태도 ("그 방향 잘못된 겁니다. 이 방향이 맞습니다") 에 화가 난 창업팀이 퓨처플레이를 나가서는, 나중에 퓨처플레이가 말한 대로 가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그 뒤에야 다시 자신들을 찾아왔다나. 

 

 물론 맞는 말이다. 류중희 대표님은 CPR을 예시로 들었는데, 심장이 뛰지 않는데, 갈비뼈가 부러질까 저어하여 가슴 압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류중의 대표님의 멘토링이 단순히 내가 가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업신여기는 듯한 멘트들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보유한 특허 있어요? 없다구요? 공학자로서는 형편 없네요", "솔루션이 굉장히 진부하네요" 등등)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인데, 그 정도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다는 경험이 깔려있겠거니 싶다. 

 

 예를 들면, CPR을 할 때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막 침을 뱉고 욕을 하면서 CPR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CPR이 잘 될 경우 어쨌든 사람이 살아나긴 하겠지만...


2. 관찰 인터뷰를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욕망이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했다고 개인적으로는 뿌듯해하는 항목이다. 강연에서도 말한적이 있고, 아래 유튜브에서도 그렇지만, 대상의 행동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 종류의 인터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렇게 점심을 같이 먹고 있는 이유 또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학교를 운영하려는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더랬다. 

 

 이에 대한 답변이, 관찰 인터뷰에서는 단순히 행동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파악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서 "스마트폰을 팔아야겠다" 라는 접근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 승객들이 유튜브를 보고 있다면 그 안에서 뭘 찾고자 하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추가 답변으로 올바른 인터뷰 방법에 대해서 조금 힌트를 제공해줬다. 함께했던 심사역은 화장품 스타트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처음 제품을 만들 때는 "이런 제품이 나오면 살래?" 하고 물어봤더니 다들 "응 살게" 라고 말하고 실제로는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수영장 이용 후 잔존하는 화학물질을 제거해주는 화장품을 제조하기 위해 "과거에 수영장을 이용하고 남은 화학물질들 때문에 찝찝했던 경험이 있어?" 하고 물어보고는 "응 있어"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잘 팔렸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수영장 이용 자체가 줄어들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기에 사업을 접었다지만. 

 

 다른 예시로는 원자핵공학과에서 반려동물용 연명치료 기기를 만든 것이 있었다. 25만 원 상당의 치료였는데, 설문조사를 하면 다들 "반려동물을 위해 연명치료를 할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류중희 대표가 "설문으로만 보지 말고, 다른 연명치료를 진행하는 회사가 있으니 가서 몇 명이나 반려동물 연명치료를 진행하는지 살펴봐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회사에서는 30명의 고객 중 단 한 명이 연명치료를 시행했으며, 그 날로 연명치료 기기 제작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더 물어봤어야 하는 점은, 그냥 생각해보는 "저 사람들은 이런 pain point가 있을 것이다" 하는 것이랑 직접 관찰하는 것이랑 큰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시이긴 하지만,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시간이 싫다" 라는 pain point일 것이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종일 지하철을 타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결국, 퓨처플레이에서는 우리를 만나서 뭘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목적이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한 것이 섣부른 판단이었나 할 정도로 간단한 미팅이었지만, 나로서는 궁금했던 점들을 열심히 물어본 시간이었다. 명함도 챙겨왔으니, 나중에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한꺼번에 물어보아도 나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