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행에는 제프 베조스가 함께할 거야" 라는 말을 처음 들은 블루오리진 관계자들의 심경을 서술하시오, 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숨이 턱 막힐 것이다. 블루오리진은 2000년도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우주 비행 기업이다. 20년 동안 상당히 많은 일을 했겠지만, 스페이스X에 밀리고 심지어는 처음으로 회장을 태우고 비행한 버진 그룹의 버진 갤럭틱스(관련 글)에도 밀리면서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과거도 이제 안녕- 20일 밤 10시(한국 시간 기준), 드디어 제프 베조스를 태운 유인 우주선이 출항한다.
문제는 블루오리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인 우주선이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터지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드는데,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KTX 첫 개통 정도의 위험성밖에 지나지 않으려나? 게다가, 비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욱 아리송하게 한다. 제프 베조스의 막내 동생 마크 베조스, 82세가 된 여성 우주비행 교관 (우주비행을 해본적은 없다), 그리고 300억 원 가량을 내고 티켓을 구매한 네덜란드 자산가의 18살 된 아들. 말 그대로, 첫 유인비행부터 관광 목적으로 운행되는 것이다.
82세의 Wally Funk는 블루오리진에서 "첫 비행으로 의미있는 사람을 모시자" 하는 계획으로 참여한 것이지만, 18살의 Oliver Daemen은 정말로 항공권을 돈 주고 산 사람(의 아들)이다. $28M 라는, 3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고 티켓을 산 사람이 있었는데 (신원 미상), 7월 20일 이륙이 확정되자 "아 시간이 안맞네요" 하고 2차 비행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빈 자리를 네덜란드 자산가의 아들이 채우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게 된 New Shepard 호는 20일 밤 10시 (한국시간) 이륙하여 음속의 3배 속도로 가속하며 해발 100km 상공까지 날아오르게 된다. 100 km는 Karman Line이라고 해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이 위치한 곳이다(정확히는 84km 쯤 된다고 한다). 오로라가 위치한 곳이라고 하니, 새삼 멀리까지 가는구나- 정말 우주여행이구나- 실감이 난다. 다만 직후 바로 자유낙하로 들어서기 때문에, 총 비행시간은 "시간" 단위까지도 가지 않을 수 있다.
8일 전 비행한 버진 갤럭틱스은 두 명의 조종사가 함께했지만, 이번 블루오리진은 완전 자율 운행으로 오직 저 네 명만이 탑승한다. 스페이스X의 경우에는 9월 즈음에 비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비행에서 판매한 300억 원 짜리 티켓은, 첫 비행이기에 그런 것이고 실제 가격은 그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버진 갤럭틱스의 경우 $ 200K (2억 원 이상)에 예약을 진행했고, 이탈리아 공군 훈련용으로는 좌석당 $500K (5억 원 이상) 에 판매했다.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스페이스X가 ISS까지 비행하는 우주왕복선 비용으로 NASA에 좌석당 $55 M (600억 원 이상)에 판매한 것을 생각하면 떨이판매가 아닐 수 없다.
우주 비행이라고 하면 사실 니벨룽겐의 반지라든가, 천사들의 합창 같은 느낌을 준다. 요컨대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리처드 브랜슨을 시작으로, 정말 관광용 우주여행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원체 현실성이 없어서 우주여행을 앞둔 저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끼진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할 것 같다. 거 참 색다른 경험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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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진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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