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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더라?

 매일 글을 하나씩 써야겠다 마음을 먹은 이상, 하루에 주제거리 하나씩은 생각을 해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다 못해 매주 에세이를 잡지에 연재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재가 떨어진 적은 없나요?" 하는 질문을 받았더랬다. 매주 쓰는 글도 그런 질문을 받는데, 매일 쓰는 글은 어떻겠는가. 


 오늘 있었던 일 중에서 글로 정리해봄직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열거해봤지만, 블로그 글이 날라가는 바람에(티스토리가 그렇지 뭐) 다시 정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른 일들도 많았지만, 하나만 고르자면 친구를 만나러 삼성 코엑스로 가서는 자본주의의 향기에 잔뜩 취하고 왔던 것이 떠오른다. 화려한 백화점을 그냥 동네 마실 나오듯이 나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툭툭 명품으로 걸친 사람, 완전 깔끔하게 입고 나온 사람, 그 속에 어딘가 불편한 듯이 걸어다니고 있는 내가 있었다. 

 

삼성역 앞 대형 디스플레이

 

 불편하면서도 이색적으로 느껴져서 단숨에 해외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걷거나 뛰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행동들은 현지인의 전유물이고, 결국 나 역시도 현지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삼성으로 조깅을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다. 거기까지 런닝 복장을 입고 지하철로 이동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만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삼성역의 밤거리가 보기 즐거웠다.

 

 다른 일은 차치하고서, 오늘 있었던 일 중 글로 굳이 정리할 일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하루동안 완결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안에 끝내지 못하는 일이라도,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해보면 되겠다~ 정도는 정리해두는 것이 다음 날 일을 이어가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생활습관이군. 매일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