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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남자가 되어서 촌스럽게 우냐" - 교수님들의 발표 준비

 어렸을 때 (10살 정도 되었을까?) 길을 가다가 하품을 해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던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 때, 한 여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애가 촌스럽게 우냐!" 


 "하품 한 건데" "응?" "하품 한 거라고" 그렇게 그 여자애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같은 초등학교 였지만 당시에도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심지어 다른 반이었던 여자애였다. 길거리를 울며 걸어가는 남자애를 보고 나름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어림도 없지. 상황파악이 우선이다.

 

 그건 그렇고, 남자가 되어서도 촌스럽게 울 일은 언제든지 많다(사실 그렇게 촌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상처받는 일은 상처가 되고, 눈물나는 일에는 눈물이 날 테다. 오늘 있었던, 교수님들의 과제 발표 준비를 보면서 느꼈던 것도 이와 같았다. 발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구나!

 

 발표가 어려운 이유는, 구성원들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내용을 같은 팀 구성원조차 이해를 못한다면 청중을 이해시키는 것은 물건너가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다들 교수직 하나씩 달고 있으니 상대방의 생각을 납득하려고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교수님들이 하는 발표를 설득력 있다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아니 애초에 학술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 이외에 교수들이 뭔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교수님들도 아마 그럴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발표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밤 늦게까지 도시락을 먹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군.


 이번 발표 준비에서, 나는 신입생으로서 거의 참여하는 일이 없었다. 언젠가는 과제 책임을 맡고 일을 관리해야 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도 어김없이 헤매겠지만, 지금 이렇게 관찰한 내용들을 토대로 "아 다들 헤매는구나" 하는 생각을 기억하고 있는다면 그래도 자신감 있게 헤맬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