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2021년 들어 하드렌즈를 36만원에 구매한 이유

 "하드렌즈 상담 좀 받고 싶어서 왔는데요" "아 고객님 2013년에도 한 번 상담 받으러 오셨던 걸로 되어 있는데 맞나요?"

 "....예"


 2013년 대학 입학할 즈음하여, 하드렌즈를 맞추러 안경원에 갔었더랬다. 하지만, 30만원이라고 하는 가격은 갓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지나치게 큰 금액이었고 "그냥 안경 쓰고 다녀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상담만 받고 사진 않았다.

 

 그리고 8년이 지난 현재, 다시 하드렌즈를 구매하러 똑같은 안경원에 갔더니, 글쎄 그 당시 상담기록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뭐 안경원이 똑같은 안경원이니 당연한 노릇일지도 모르겠지만, 새삼 놀랐다. 그 동안 데이터가 꽤 많이 쌓였겠군.

방문했던 로데오 안경원 서울대입구역점

 

  상담을 받으며 안구의 굴절율 검사도 하고, 실제로 하드렌즈를 30분 정도 착용해보기도 했다. 하드렌즈가 소프트렌즈보다 좋은 점은, 일단 크기가 작기 때문에 눈을 덜 건조하게 하고, 딱딱한 재질로서 눈에서 살짝 떠있으면서 (안구와 렌즈 사이에 눈물막이 생긴다) 눈의 피로감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딱딱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더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안경사의 설명이었다. 

 

 "2013년에는 하드렌즈가 상당히 인기였던 거 같은데 왜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나요?" "이제 소프트렌즈도 하드렌즈만큼 좋아졌거든요." 그럼 나는 왜 굳이 하드렌즈를 맞췄는가? 나 역시 소프트렌즈를 여럿 구비 중이지만, 단 한 번도 이틀 연속으로 착용해본 적이 없다. 하루 착용하고 나면 다음 날 눈이 상당히 건조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드렌즈는 기본적으로 크기가 작으니까(홍채를 벗어나지 않는다) 건조한 감도 덜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근데 딱딱한 이물감 때문에 눈의 피로해진다고 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참 솔직한 안경사였다. 

 

 여튼, 지난 주에 하드렌즈를 주문하고 오늘 제품을 받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이물감 없이 편하더라도 처음 며칠은 적응기로 3~4시간만 착용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눈에 압박을 주는 만큼, 당장은 편하더라도 처음부터 오래 착용하면 다음 날 눈이 아플 수도 있다나? 근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첫날부터 매우 불편하다.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질 못한다. 이걸 낀 채로 당장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일단 며칠 간의 과도기를 거치고, 연속으로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확인해봐야겠다. 


 나는 10살 때부터 안경을 썼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육시간에 안경을 쓰고 나가자 친구가 "어? 안경썼네?" 하고 알아봐주던 기억이 난다. 2003년이었으니, 20년을 안경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대학원생이 되어 굳이 불편한 렌즈를 맞춘 이유는, 아무리 자기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연구실의 잘생긴 친구(관련 글) 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해보인다. 그 친구에게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서도...

 

 "동시효빈"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월나라에 '서시'라는 미녀가 있었는데, 심장병으로 인해 늘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인이었으면 정말 엄청나게 미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동시'라는 일반인이  "아 나도 찡그리고 다녀야겠다" 하고 찡그리고 다니자 이렇게 사자성어로 다시 태어날 정도로 못생긴 사람이 되었다는 일화이다. 나도 '제우효빈'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끔 행실을 잘 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추가 관련 글

 

질투는 나의 힘

원펀맨에서 주인공 사이타마는 너무나도 강해진 나머지, 히어로 활동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시시해져 버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격한 감정을 느끼는 대상은, 마찬가지로 히어로 활동

mech-literac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