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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볼펜 구동 방식 - Parker 볼펜

 볼펜 자주 쓰시는지? 


 태블릿도 하나 있겠다, 작업은 컴퓨터로 하겠다, 나로서는 펜을 쓸 일이 전혀 없다. 그래서 가끔씩 서명이 필요한 서류가 생길 때면 당황하게 되기도 한다. 뭐 종이도 아껴쓰는 것이 좋으니, 웬만하면 펜을 쓸 일을 없애는 편이 낫겠지.

 

 아무튼 오늘은 볼펜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공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니 그거 해서 뭐하냐" 싶겠지만, 의외로 자세히 보다 보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볼펜의 메커니즘을 모방하여 모델링 한 뒤 3D 프린터로 뽑으려고 하다보니 하루 왠종일 붙잡고 있었다.

 맨 위 사진과 같은 모나미 펜 같은 경우는 양반이다. 바로 위 특허 사진은 Parker 회사에서 만든 볼펜에 들어간 메커니즘이다. 1965년에 나왔으니, 20년 만기인 특허로서는 진작에 만료되었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파커 형태의 볼펜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스프링도 두 개나 들어가기에 가성비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커 볼펜을 쓴 사람은 알겠지.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럽다. 펜촉 부분 뿐만이 아니라, 버튼에 장착된 스프링이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 이거다! 특허도 만료되었고 좋다!" 라는 생각으로 내가 디자인하고 있는 제품에 적용가능한지 살펴보려다가 세 시간 정도는 쓴 것 같다. 

 

 파커 볼펜은 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정지 사진이라 잘 이해하기 힘들다면 안심해도 좋다. 동영상으로 봐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에 파커 볼펜을 쥐고 공부했더라면 좋았을걸, 모나미 볼펜 구하는 데도 한참 걸리는 와중에 파커 볼펜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해놓았으니, 내일이면 완성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볼펜 메커니즘을 뜬금없이 살펴보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BOA 다이얼이라고 해서, 신발에 장착되어 있는 버튼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신발 끈을 묶어줄 필요 없이, 단순히 다이얼을 돌림으로써 신발을 발에 맞출 수 있는 장치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상당히 간단해 보이는데, 내부는 꽤나 복잡한 편이다. 단순히 돌리기만 한다면 쉽겠지만, 다이얼이 잠겨있을 때만 돌아가고, 열려있을 때는 실이 풀리는 매커니즘을 구현하다 보니 톱니 등이 정교하게 들어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A 다이얼은 고장이 상당히 잦은 편이다. 실이 가하는 장력을 톱니가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매우 비싸다. 짝퉁으로 구매하려고 해도 두 개 정도에 13000 원이니, 정품은 더욱 비쌀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구동방식에 저런 돈을 쓰면서 고장도 잦다는 것은 엔지니어로서는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볼펜 방식을 활용하여 풀리고 잠기는 실 감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것이었다.


"괜히 시간 낭비한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치기도 하지만, 기계과에서 공부하는 것이 이런 내용이다. 기존 제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당장은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머릿속에 혹은 3D 모델링 속에 저장해두는 것이다. 얼른 완성을 해보고 내 방식대로 활용이 가능할지 확인해봐야겠다.

 


추가 관련 글

1) 파커 볼펜 메커니즘 설명

https://www.youtube.com/watch?v=MhVw-MHGv4s&t=8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