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2.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지?
지난 글에서도 인용했지만, OECD 나라들 중에서 우리나라는 꽤나 좋은 재활용율을 보인다. 하지만, 수치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고 오히려 재활용에 대한 관심을 적게 하는 가림막일 뿐이라는 것이 지난 글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더 재활용을 잘 하고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먼저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그래프에서 나와있지만, 일본은 매립양이 거의 없고 대부분 소각한다.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쓰레기를 단순히 태우는 것은 "소각장"이고, 태우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시설은 "자원회수시설"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놨는데, 일본의 쓰레기 소각시설들이 대부분 자원회수시설인 것이다.
일본에는 약 1200개의 소각시설이 있고, 그 중에서 358개소가 에너지 전환 가능 시설이다. 특히 도쿄에만 23개의 소각 시설이 있다고 하니, 4개에 불과한 서울과는 큰 대비를 이룬다. 소각시설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화산지형인데다가 매립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각 시설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므로 나름대로의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정말 일본에서 배워야하는 점은 재활용으로 선별된 폐기물 중에서 80%가 실제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30%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씻어서 버리는 일본인들의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치적으로 거품이 끼어있는 정도가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큰 격차가 아쉽다.
역시 매립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독일이 있다. 규칙에 엄격한 두 나라가 높은 재활용 비율을 자랑하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 같다. 독일 분리수거 규정에 따르면,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 2,500 유로(한화 약 300만 원)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재활용 비율이 높은 나라들을 찾아보며 느낀 점은, 딱히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는 꼭 씻어서 배출해야 재활용이 되는구나-" 하는 수준의 깨달음에 그쳤다. 결국 시민의식에서 비롯되는 격차인가 싶던 찰나에, 중요한 수치를 발견했다.
독일과 일본이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들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높은 재활용 비율과도 연관이 있었다. 기술이 부족해서, 폐플라스틱 같은 싸구려 원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제3세계 국가들이 쓰레기 수입의 대상이 될 테다. 정말 눈여겨 봐야 하는 국가는 독일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아니라, 실제로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였던 것이다. 그 나라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재활용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료 조사의 방향이 조금은 잘못되었기에 먼 길을 돌아왔지만, 생각보다 다른 결론에 눈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쓰레기를 선별하는 인건비가 비싸서 재활용이 잘 되지 않았다면 선별 로봇을 보급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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