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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투자론 수업으로 배운, 차트 활용 비트코인 매매

서울대 경영학과에는 최혁 교수님이라고

재무관리와 투자론을 가르치는 분이 계시다.

굳이 사진을 넣진 않겠지만,

아! 왠지 보수적인 투자를 할 것 같다!

하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 인상을 가지신 분이다. 

 

본교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에, 시카고 대학에서

재무 쪽에서 MBA와 박사학위까지 받고 오셨는데,

수업의 방향이 철저하게 "효율적시장가설"을 따른다.

말 그대로, 시장은 아주 공평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꽉 막힌 분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원리적으로 설명하는 편이긴 하지만서도

기본적인 방향은 그러하다.

 

수업시간에는 종종 개미투자자들의

차트를 활용한 주식투자법을 풍자하시며 설명을 해주셨는데

한 마디로 '헛소리'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듣다보면 저절로, 

"하!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다시금 불어오는 암호화폐 대란을 맞아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차트를 활용한 매매를 시도해 보았다.


- 볼린저 밴드를 활용한 매매 결과

볼린저 밴드란, 주식의 이동평균선을 구한 뒤에

주식의 변동이 크더라도 결국에는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위 사진과 같은 느낌이다. 

가운데 빨간 선이 평균선이라면, 

아래 파란선에 닿은 주식가격은 결국 중앙 빨간선까지 올라올 것이고

위 파란선에 닿은 주식가격은 결국 중앙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파이썬을 활용해서 비교적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었고

10분 단위의 변동을 추적해서 400개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볼린저 밴드의 투자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고자 했다.

 

나름 그래프는 그럴듯하게 그려진다.

해당 방법으로 투자를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진입일:  2021-01-08T08:10:00+09:00 long 진입가격:  38100.001000000004
청산일:  2021-01-08T19:00:00+09:00 long 진입가격:  38100.001000000004 | long 청산가격:  39350.74979826 | return:  1.0328
진입일:  2021-01-09T05:00:00+09:00 long 진입가격:  39800.24
청산일:  2021-01-09T13:40:00+09:00 long 진입가격:  39800.24 | long 청산가격:  40689.388 | return:  1.0223
진입일:  2021-01-09T14:50:00+09:00 long 진입가격:  39116.982
청산일:  2021-01-09T17:30:00+09:00 long 진입가격:  39116.982 | long 청산가격:  41999.999999800006 | return:  1.0737
진입일:  2021-01-10T01:10:00+09:00 long 진입가격:  40000.0
청산일:  2021-01-10T18:40:00+09:00 long 진입가격:  40000.0 | long 청산가격:  40991.0 | return:  1.0248
진입일:  2021-01-10T20:20:00+09:00 long 진입가격:  39336.004
Accumulated return:  1.1618
1.1618

어라?

3일 사이에 16%의 투자 수익률?

 

옳다구나 싶어서 냉큼 자동매매 방법을 배웠고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기 전, 다시 한 번 코드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 거래비용이 빠져있구나! 싶어서

0.005%의 거래비용을 투자해보고 코드를 돌려보았다.

 

보다 빠른 수익 실현을 위해 1분 단위로 코드를 수정했고

화폐 단위를 달러에서 원화로 바꿨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진입일:  2021-01-10T18:41:00+09:00 long 진입가격:  46501000.0
청산일:  2021-01-10T21:19:00+09:00 long 진입가격:  46501000.0 | long 청산가격:  45199000.0 | return:  0.971
진입일:  2021-01-10T21:40:00+09:00 long 진입가격:  44998000.0
청산일:  2021-01-10T22:12:00+09:00 long 진입가격:  44998000.0 | long 청산가격:  45350000.0 | return:  1.0068
진입일:  2021-01-10T22:39:00+09:00 long 진입가격:  45196000.0
Accumulated return:  0.9776
0.9776
현재 가격:  44833000.0
평균 가격:  44860050.0
밴드 상단:  45118931.0
밴드 하단:  44601169.0

으응?

오히려 3% 원금 손실이 일어났다.

 

아, 역시 모든 매매 기법들을 거래비용을 포함하면 

결국에는 미미한 수준이구나, 싶어서 거래비용을 다시 빼고 계산해봤다.

그래도 수익 악화는 마찬가지였다.

 

알고보니 암호화폐의 급격한 성장세가 멈추고

진정국면으로 들어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10분 단위로 3일에 걸쳐 모은 데이터는

38000달러에서 40000달러까지 직행했지만

 

1분 단위로 오늘에 한정해서 모은 데이터는 

오히려 화폐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어떤 매매기법을 쓰든 간에

지난 3일 동안 매매를 했던 사람은 이득을 봤을 것이고

오늘 투자한 사람은 손실을 봤다-라는 것이 결론이다.

보다 나은 투자 기법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교훈을 하나 얻었다면,

옳다구나 싶어 우르르 달려가는 식의 투자는 역시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면야 나쁘지 않겠지만,

괜히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