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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포켓몬 슬립 - 수면 측정 원리와 정확도

우연히 봤던 기사였다. "포켓몬 슬립"이 출시된다나? 수면 시간을 트래킹하는 동시에 포켓몬을 키운다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샤오미 미밴드7를 통해 수면 질을 측정하면서 "난 왜 Deep Sleep 구간이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거지" 하는 불만을 갖던 참이었다. 

 사실 수면을 측정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싶긴 하다. 수면을 측정하는 것만으로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면, 세상에 코골이 하는 사람은 왜 있으며,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는 왜 있겠는가? 다만, "에라이 피곤한데 일찍 누워서 유튜브나 보자" 가 아니라 "Deep Sleep을 위해서는 취침 직전 전자기기 시청을 줄여야겠구나" 하는 것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하나는 틀린 말이기까지 하다. 이런 미세한 습관 조절에는 꽤나 유용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을 줄일 생각은 없지만...

 

 수면을 측정하는 것은 이제는 모든 스마트워치에 포함된 기능이기도 하다. 스마트 워치에서 수면을 측정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내장된 가속도계를 활용해서 움직임이 활발하면 wake, 덜 하면 REM (Rapid Eye Movement, 얕은 수면), 거의 없으면 Deep Sleep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1]. 수면은 주기성을 갖기 때문에, wake -> REM -> Deep Sleep로 이어지는 순서를 잘 섞어 놓으면 지나가는 소비자가 언뜻 봤을 때는 "오 그럴 듯하게 측정해주네" 싶은 수준으로 수면 분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워치마다 정확도는 조금씩 다르다 [2]. 아래 표에서 세 번째 열 (column)이 정식 수면 분석기 (PSG) 를 활용한 true data이고, 오른쪽에서 세 번째 열이 통계분석 결과인데, 정확도로 유명한 Garmin이 오히려 수면분석에서는 죽도 못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수면 측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켓몬 슬립을 처음 켰을 때 놀랐던 것은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이크"를 통해 수면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면동안 지속적인 측정을 위해 화면을 계속 켜놔야 한다. 배터리 수명에 극악이라고 하는 "배터리 사용하면서 배터리 충전"을 하루 8시간 동안 해줘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스마트폰으로는 하면 안된다.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콘텐츠라고 할 게 별로 없다. 포켓몬 연구소에서 포켓몬들의 수면 데이터를 관측한다는 컨셉인데, 시작하자마자 잠만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잠만보에게 주위 포켓몬을 잠들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지난 30년간 포켓몬 세계관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능력을 대뜸 부여해주는데 (박사님의 소개 멘트로 알려준다) 이래도 되나 싶다. 그래도 귀여우니 오늘 한 번 해봐야지.

 

 

아직이지만, 포켓몬고 와도 연동 가능하도록 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켓몬고가 "걷기"를 게임화 했다면 포켓몬 슬립은 "잠"을 게임화 했다고 주장한다. 나로서는 걷기 운동을 게임으로 생각하면서까지 하지는 않기 때문에 "포켓몬 피트니스" 같은 게 나오면 바로 다운 받을 생각이다. 근육몬과 헬스 체험이라든지...

 

참고문헌

[1] Kolla et al., "Consumer sleep tracking devices: a review of mechanisms, validity and utility", 2016

[2] Chinoy et al., "Performance of seven consumer sleep-tracking devices compared with polysomnography",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