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쉬기는 싫고, 일기라도 써야지 하면서 컴퓨터를 켰지만, 너무 피곤하다. 오늘 있었던 유저 테스트 때문이다. 말이 좋아 유저 테스트이지, 개발한 장비를 착용하고 일할 때 어느 정도로 보조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측정에 사용한 장비는 IMU와 심박 센서였다. IMU로 움직임을 측정하여 신체에 어느 정도의 부하가 걸리는지 계산하고, 심박 센서로 어느 정도의 대사량이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 대학원생 때부터 여실히 진행했던 실험이라, 별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피곤한 것이다. 왜 그럴까?
오늘의 실험은 찾아가는 서비스였다. 안산의 한 물류센터까지 이동해서는, 작업자들에게 센서를 착용시키고 평소의 업무를 하도록 했다. 사실 작업자들이 이번 실험을 요청한 것은 아니고, 회사 측에서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한 실험이었다. 아니지, 말은 바로 하자. 최근에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는 회사가 생기면서,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에 대한 감시가 삼엄해지자, 오들오들 떨면서 회사 측에서 우리에게 요청해온 것이다.
여튼, 그렇다보니, 작업자들은 "이거 나 감시하려고 그러는 것 아녀?" 하는 느낌을 받기 쉬웠고, 평소 작업 반경에 멀뚱멀뚱 서있는 우리들을 살갑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눈치보면서 실험을 진행하느라 이렇게 피곤한 것이다. 어휴 피곤해.
총 피험자는 두 명이었다. 그 중 한 명은 무뚝뚝하지 그지 없어서, 실험을 하며 무엇인가를 요청하기 참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상당히 친절했다. 힘든 업무를 하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는구나- 약간의 감탄마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나는, "아 실험할 것 많이 남았는데, 저 분이 담당해달라고 부탁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고는 흠칫했다. 이러니 사람 좋게 사는 것이 손해보는 것이구나.
내일은 회사로 가서, 피험자들에게 지급할 간식거리를 좀 사달라고 해야겠다.
'트렌드 한눈에 보기 > 산업 트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켓몬 슬립 - 잠만보를 더 크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0) | 2023.07.25 |
---|---|
포켓몬 슬립 - 수면 측정 원리와 정확도 (0) | 2023.07.23 |
실전에서 사용하는 딥러닝 - : IMU 활용 속도 추정 (내 딥러닝이 망한 이유) (0) | 2023.04.20 |
STM 보드 고군분투기 - 3. 산업에서 사용하는 STM (0) | 2023.03.26 |
두 편으로 이해하는 칼만 필터의 역사와 원리 - [원리] (0) | 202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