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빈손이다.
"저 팀은 안왔나봐" 라고 중얼거렸던 옆 팀, 뒤늦게 혼자 나왔던 그 팀마저 장려상을 타 간 공모전에서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어 횡설수설할 것 같지만, 꾹 참고 논리적으로 써보려 한다.
우리 팀은 미니어처 옷장을 준비해갔더랬다. 레일이 달려 옷들을 여기저기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이다. 몬스터주식회사를 본 사람이라면, 문들이 줄에 걸려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모습을 기억할 테다. 그런 구조라고 보면 된다.
"근데 사실, 너무 많이 봤던 아이디어예요." 공모전 수상 행사가 끝나고, 행사 진행을 맡았던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선행기술팀 직원분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수상을 한 아이템 중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제품은 없었다.
심사위원으로 돌아다니던 교수들은 발표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간을 견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답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사람들이 더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 같아. 사고가 유연하니까 임원 자리까지 앉았겠지" 라는 친구의 말이 꼭 맞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만 피력할 뿐인 태도가 아직까지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기어코 발표까지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이다. 이번 출품작은 휴대폰 어플 -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라즈베리파이) 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드웨어는 세 파트 모두를 알고 있어야 했다. 팀원 셋이서 각자 한 파트를 맡아서 하면서, 하드웨어 담당인 내가 각 파트와의 통합에 필연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해야 하는 분량도 많았더랬다.
그러고 나니, 발표를 해야 했을 때 다른 팀원에게 발표를 맡기고 싶지가 않았다. "외워서 하면 되는 거니까 그냥 내가 할게" 라고 했을 때 팀원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었던 디자인학부 친구가 했었어야 했다. 공대 교수들의 말도 안되는 심사평을 부드럽게 넘어가고, 회사 임원들에게도 보다 호감가는 발표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욕심에 사로잡혀 올바른 사고를 하지 못한 것이다.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누가 한 말이었을까?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말이다. 일찍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난 3개월 간 투입한 노력이 너무 커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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