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서에서 만드는 제품들 카피하는데, 오서 퀄리티는 못 따라가" "에엣?"
참으로 솔직한 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의료용 보조기기를 판매하는 한 회사와의 인터뷰 중에 나왔던 내용이다. 무릎, 발 등의 보호대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저렇게 솔직하게 경쟁사의 제품을 인정하다니. 회사 대표는 머리 깨나 아프겠지만, 저런 멘트들이 인터뷰어로서는 도움이 된다.
오서는 신기하게도 아이슬란드 기업이며, 2020년도 기준 의족/의수 제품 매출이 약 4000억 원 (USD 372 M), 보호대 제품 매출이 약 2800억 원 (USD 257 M)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이다. 어떻게 얼음의 나라에서 이렇게 특색있는 기업이 탄생했을까? 동상으로 인해 수족 일부를 절단하는 환자가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서 자체는 1971년도 창업되었으므로, 역사가 길지는 않다. 초기에는 아이슬란드 내수용으로만 판매하다가 15년이 흐른 1986년에야 수출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35만 명의 (350만 명이 아니다) 인구를 가진 아이슬란드에서, 내수만으로 회사가 운영될 정도로 의족이 필요한 환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동상으로 인해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이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매출 규모는 의족/의수 분야가 60%, 보호대 분야가 40%이지만,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그렇고, 실생활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은 역시 보호대다. 그 중에서도 언로더라고 하는 무릎 보호대 제품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구조는 상당히 단순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그 사이를 붙잡아 줌으로써 걷거나 뛰는 동작에서 허벅지뼈와 종아리뼈가 너무 심하게 부딪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서는 자동화 생산 라인을 잘 구축하고 있어서 간단한 모양새로 상당히 튼튼한 퀄리티를 제공해준다. 착용에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부드러운 재질이 많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착용하였을 때 모양이 흐트러지는 일이 다른 제품보다 적다고 한다. 인터뷰 했던 기업의 직원이 자신들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그랬다고 했으니 틀림없는 말일 테다.
이외에도 나이키와 협업하여 달리기용 의족을 만들고 해당 장비를 착용한 페럴림픽 선수단을 운영하는 등, 의족 분야에서는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업이 아닐 수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아마추어 운동 경기들이 줄어들면서, 부상 환자가 줄어서 매출이 줄었다는 다행 중 불행 / 불행 중 다행 같은 주주서한을 보면서 참 매력적인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실제 제품을 보러, 오서 코리아를 방문하는데 좋은 경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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