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납땜으로만 세 번 실패한 뒤 고치는 외양간 - 납땜의 정석

 블로그를 써보니, 내가 언제 어떻게 실패했는지 기록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언제 어떻게 성공했는지 기록해왔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이미 실패한거 어떻게든 기록이 되어 있으니 도움이 된다. 고맙다 티스토리야! 앞으로 더 많이 기록해볼게!


 결국, 디버깅의 예술(관련 글)이니 뭐니 했지만 납땜에서 실패했음을 오늘 실험을 통해 깨달았다. 납땜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부위에는 "핀 헤더"라고 불리는 부품이 사용되는데, 높은 온도로 납땜을 하다보면 고장이 나는 것이다. 핀 헤더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핀헤더 생김새: 고장날 것 같지 않게 생겼다

 

 정말 고장이 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게 생겼다. 저렇게 간단한 부품인데 고장이 나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겠는가. Male과 Female을 잘 연결만 해주면 되는데. 그럼에도 나는 고장을 냈고, 고장이 났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사흘을 보냈다. 납땜 실수로 고장을 내놓고는 제작사와 판매사 양측에 "이거 제대로 작동하는 부품 맞나요?" 하는 클레임을 넣은 아주 못된 소비자였다.

이런 식으로 부품이 망가진다

 

 얼마나 더 시행착오를 겪어야 마음놓고 제작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에서야) 찾아본 납땜 정석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영상이었다. 납땜에서 하기 쉬운 실수와 정답을 10가지로 정리한 영상이었는데, 말해 무엇하랴. 영상에서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하고 말하는 부분들을, 내가 현실에서 "이거 또 안되네" 하면서 욕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내 뒤통수를 때린 두 가지를 추려보았다.

 

1. 전선에 납 코팅을 할 때는 인두와 납을 함께 써야 한다.

A) 안 되는 예시
B) 잘 되는 예시

  바로 지난 주에도 "아 구리 전선에는 납이 잘 안 묻네" 하며 투덜대고 있었다. 말해 무엇하랴. A와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정답은 납과 인두를 함께 문질러야 전선에 코팅을 입힐 수 있다. 영상에서 성공적으로 납 코팅을 하는 모습을 보니, 못 이룬 꿈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련해졌다. 

 

2. 두 물체를 연결할 때는, 일단 모두 납 코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

A) 안 되는 예시
B) 잘 되는 예시

 

 시제품에 사용된 만능기판(위 사진의 초록색 납땜 판)은 제대로 납땜이 되지 않아 이곳 저곳 그을렸다. 역시 말해 무엇하랴. A처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에만 납이 있으면 뭐 알아서 붙겠지-" 하는 안일하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납땜을 대했다. 기판에도 납 코팅을 하고, 전선에도 납 코팅을 해야 B번처럼 아름다운 납땜이 가능하다. 


 아... 아련해지는군. 놓아버린 꿈을 자각하자 순식간에 늙어버렸던 김동인 무지개 속의 소년이 된 기분이다. 앞으로 납땜을 할 날이 상당히 많이 남았으니 벌써 늙어버린 기분이 들면 안되겠지만, 지난 삽질의 나날을 떠올리면 한없이 아득해진다. 진작 유튜브좀 보고 할 걸...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고 덤비는 영역과 "좀 찾아보고 해볼까" 하는 영역의 구분이 좀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영역이 모조리 실패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다고 할 일은 아니다. 모조리 찾아보고 해봤어야 했다. 

 

 그래도 다음 납땜 정도는 다시 안 찾아보고도 할 수 있겠지?

 

 

 


추가 관련 글

1) 디버깅의 예술 - 무작정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방법

 

디버깅의 예술 - 무작정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방법

 어제 글을 포함해서 "아,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고 나는 한없이 바보같구나" 하는 식의 논리에 빠져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똑똑한 사람들처럼 단계적 사고를 잘 할 수 있는지

mech-literacy.tistory.com

2) 납땜에서 하기 쉬운 10가지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