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여섯 시간에 걸친 미팅: 효율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좋을까? 효율적으로 딴짓하는 것이 좋을까?

오늘 일과는 어땠는가. 10시에 연구실 내부 미팅이 시작해서, 13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점심을 다같이 먹고 나니 14시가 되었고, 15시에 다른 미팅이 시작되었다. 해당 미팅은 18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세 시간에 걸친 두 차례의 미팅은 (총 여섯 시간!) 모두 알키미스트 과제(설명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학기 신입생인 나는 해당 주제가 없어서 그저 듣고 배우는 입장인 것이다. 

정부 알키미스트 과제

 우리 연구실의 주제는 그렇다치지만, 다른 연구실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만큼 미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그런 것들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팅의 주 목적(프레젠테이션)이지만 떨어져가는 집중력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오후에 참여한 미팅은(줌으로 이뤄진 비대면 미팅) 계속 딴짓을 하며 들었다. 사실 딴짓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할일을 하며 들었기 때문이다. 설계를 수정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다. 하지만 미팅 이외의 시간에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결국 미팅에도, 내 할일에도 효율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미팅이 세 시간이나 된다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미팅 시간이 늘어지는 데는 교수님들이 발표를 주도하는 탓이 크다. 배경지식이 출중한 교수님들은 이런 간단한 발표 스크립트 따위 짜지 않는다. 연구원들이 만들어 놓은 발표자료를 주욱 훑으면서 읽어내려가는 것이다. 덕분에 발표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청취자들의 이해능력도 마찬가지로 떨어진다. 

 

 꾸역꾸역 이런 미팅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해당 과제에 참여한 다양한 연구실들이 "우리 놀지 않고 할 일 하고 있습니다"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결코 "우리가 하는 일들을 이해해보시오" 하는 친절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발표는 늘어지고 이해력은 떨어지고 딴짓으로 새게 된다. 


구글이 말하는 "효과적인 미팅 참가"

 

 구글이 말하는 효율적인 미팅 참여 방법은 결국 모두 똑같은 이야기다. "적극적인 참여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발표자료를 미리 읽어놓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이다. 오늘 있던 미팅에서는 발표자료가 단 한 번도 미리 배포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너무 "그럼 안들을란다" 하는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된다. 물론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더블 모니터의 하나를 차지했으니 50%만 들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이야?" 하고 묻는다면 딴 곳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판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미팅 시간을 줄이고 발표 능력을 온전히 갖춘 대학원생들이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참여해야 한다. 다음 미팅에서는 꼭 내 카메라도 켜둔 채로 "발표자료가 없다면, 내가 요약자료라도 만들어주마" 하는 자세로 임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