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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소프트 로봇에서 머신러닝의 활약상

 머신러닝 스터디 모임에서 내 차례가 또 다가왔다. 지난 번과 같은 수치플(관련 글)은 없어야겠지만, 그다지 자신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기를 쓰고 아득바득 어려운 주제를 고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터디 구성원들의 실력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에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들고 가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제 뭐 될대로 되라지. 


 그래서 이번에 정한 주제는 "소프트 로봇에서는 머신러닝이 어떻게 쓰이나요?" 이다. 다들 컴퓨터쟁이인지라 소프트 로봇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자니 발표 수준이 확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내 수준에 맞춰진 느낌이다. 스터디 구성원들이 너무 쉽게 느낀다면, 맞다. 쉬운 내용이다. 어쩔 수 없지 그건. 다음 주에 다음 발표하시는 분이 어려운 내용을 들고 오세요들.

1. 소프트 로봇의 특징

Soft Robot과 대비되는 Rigid Robot 집합

 "아이언맨"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로봇은 일단 단단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단단한 로봇은 일단 단순하다. 로봇팔로 앞에 놓여진 물체를 1m 이동 시켜보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현대 기술에서는 상당히 작은 오차범위 내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Soft Robot 집합체

 이에 반해 소프트 로봇은 해당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부드러운 재질 탓에 자신의 몸(로봇팔을 의미한다)을 가누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사람이 착용하는 것에 사용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중세시대 갑옷을 입고 앉아있는 것과 현대의 아메카지 룩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좋다. 단단한 재질에 살이 오랜 시간 맞닿아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욕창 같은 것이 생길 수도 있고, 짧게 닿아있더라도 민감한 사람들은 쇳독이 오르곤 한다.

 

이게 정녕 로봇팔이 그려내는 그래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가 되도록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로봇 팔이 어디에 쓸모가 있겠는가. 그런 소프트 로봇의 비선형적인 움직임을 위해서 머신러닝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꽤나 많이 온 것도 사실이다. 어떤 방식으로 머신러닝이 활용되는지, 앞으로 더 발전되어야 할 분야는 어디인지 확인하면 해당 분야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2. 소프트센서와 머신러닝의 활용

박용래, 2012 액체금속을 활용한 소프트센서의 모습

 

 소프트 센서는 압력과 변형(strain, 변위) 등을 측정하는 센서이다. 유연한 외피 내부에 액체금속 등 전도성 물질을 삽입하게 되는데, 압력에 따라 외피의 형상이 변하면 내부 물질의 전기적인 특성에도 변화가 생기므로 해당 변화를 측정하면서 압력과 변형을 감지할 수 있다. 

 

 다만 외피가 적당히 변해야지, 위 논문처럼 액체금속이 담겨있는 채널의 모양(네모, 세모 꼴)으로도 저렇게 변화무쌍하면 센서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머신러닝이 활용되는 추세이다. 

 

강병현, 2020

 최근에 가장 많이 쓰이는 머신러닝 방식은 RNN, 그 중에서도 LSTM이다. 현재 딥러닝 트렌드는 LSTM이 지고 Transformer 등의 새로운 기법이 등장한지도 꽤 오래 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LSTM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논문이 발표되다니 기계과에서 딥러닝의 적용이 얼마나 느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여튼 RNN 기법을 활용해서, 다양한 부가적인 센서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값을 예측하거나, 더 정확한 센서값으로 설정할 수 있다. 위 논문은 케이블을 활용한 장갑형 소프트 로봇이었는데, 케이블의 길이와 굽혀진 각도 등을 활용해서 장갑이 가하는 힘을 측정했다. 

 

3. 소프트 액추에이터(구동기)와 머신러닝의 활용

 액추에이터의 존재가치는 동력을 외부 물체에 전달하는 것에 있다. 근데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져있다면 당연히 효율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람의 신체 등에 웨어러블 로봇으로서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사용될 때, 빠르게 변하는 신체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김재인, 박용래, 2020

 아직 유연한 재질로 구동기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보니, 머신러닝이 들어갈 여지도 적다. 일단 뭐가 기반이 있어야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돌릴 텐데, 기반조차 닦여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근근이 "이런 액추에이터를 만들었습니다" 라는 논문이 먼저 나오고, 그 이후에야 "딥러닝으로도 제어해봤습니다" 하는 식의 후속 논문이 나오곤 한다.

 

 위 논문 역시, 삼발이 형태의 압력 구동기를 만들고는 "이런 로봇은 어떨까요?" 하는 논문이 나온 이후에 강화학습을 통해 제어를 이뤄낸 것이다. 사실 딥러닝을 활용한 제어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로봇의 존재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당연히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도 워낙에 기반이 닦이지 않은 학문이니 이 정도는 용인해주도록 하자.

 

4. 머신러닝 활용의 한계

 소프트로봇(센서와 액추에이터 모두 포함해서) 은 사실 데이터를 쌓기에는 무리다. 유연한 재질로서 만들어지는 외형이 일관된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소프트 로봇을 여러 대 만들어서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면, 각 로봇마다 가진 특성이 달라서 데이터의 품질이 저하되고, 한 대의 로봇을 오래 사용하자니 로봇 자체에 마모가 일어나며 고장나기 쉽다. 

 

 "그럼 애초에 로봇을 잘 만들고 봐야하는 일 아닙니까?" 맞다. 머신러닝을 논하기 전에 일단 분야가 무르익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소프트 로봇의 특성을 설명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이 '비선형성'이다 보니, 비선형성 문제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딥러닝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래도 안써?" "이야 독하다 독해" 하면서 자꾸 딥러닝이 성장해가는데 같은 공학자로서 어떻게 가만히 무시만 하고 있겠는가. "시기상조인 걸 알지만, 염치 불고하고 한 번 써보겠습니다" 하면서 냉큼 가져다 써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깐 예측해보자면, 머지않아 소프트 로봇의 급격한 발전이 예상되는 바이다. 3D프린터가 시제품 제작을 굉장히 빠르게 앞당겼듯이, 소프트로봇과 관련된 3D프린터 완제품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소프트로봇의 비선형성 문제가 축적된 데이터로 해결되는 순간, 사라진 아이언맨의 자리를 폴리머맨이 대체할 수 있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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