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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북한산 백운대 코스, 운동화로 가능?

나는 군생활을 인왕산에서 했는데, 

매일 같이 산에 오르다보니, 인왕산 뒤켠에 자리잡은 북한산을

언젠가는 가봐야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왕산은 344m의 바위산으로 야트막하기 그지 없는데, 

나름 또 험준한 맛이 있는데다가 경치가 기가 막히니까

북한산처럼 높은 산은 몇 배 더 멋지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친구들에게 북한산에 가보자 말할 때마다 욕만 바가지로 먹고는,

제대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북한산을 다녀오게 되었다.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려 가까이서 보니 더 장관이었다.

계림이니, 베트남 판시판이니 하는 곳을 가본 적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끔 멋진 광경이었다.

북한산은 단위면적 대비 가장 많은 방문객 수로

기네스북까지 올랐으니, 계림이나 판시판 보다도 대단한 곳일 수 있다.

 

북한산에 올랐던 두 번째 이유는, 친구와 약속한 산행을 앞두고

내 산행장비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이키 마노아, 가죽자켓, 10년 된 트레이닝복 바지로도

산행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등산 장비를 사러 계속 당근마켓을 검색해 보느니

테스트를 한 번 해봐야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정상 상태의 나이키 마노아

특히 이 신발(나이키 마노아)이 문제였는데, 등산화처럼 생겨서는

등산화만큼 튼튼해보이진 않고, 일상화로 쓰기엔 무겁고 하여

쓸모가 애매해져가는 참이었다.

심지어 형 신발인지라, 한 치수 크게 신고 있었는데

이번 산행에서 탈락한다면 신발로서의 수명은 다했다고 봐도 될 것이었다.

 

꽁꽁 언 북한산 탐방로
정상에서의 나이키 마노아

 

죽음을 목전에 둔 마노아는 부지런히 땅을 밟아대었고

결국 산행 테스트에서 합격했다.

얼음이 온통 얼은 길은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 하며 이동해야 했지만

그건 내가 겁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내려오는 길에는 신기하게도 꽁꽁 언 길도 휘적휘적 잘만 내려왔던 것이다.

 

 

북한산 등산 전에는 이시영의 북한산 등반 영상을 2배속으로 보면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북한산 탐방로 입구까지는 우이역에서 도보로 40분 가량 걸린다고 하여

택시타기도 그렇고 해서 무작정 걸어갔는데,

다음에는 꼭 택시타고 갈 테다.

 

"암벽등반이나 다름 없다"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북한산인지라

이 정도면 인왕산이랑 비슷하네~ 하면서 오르고 있었는데

정상에 가까워지며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오르지만 다시 내려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아찔한 길을 밧줄에 의지해서는 매달리다시피 하여 올라갔다.

물론 내려올 때는 생각보다 쉽게 휘적휘적 내려올 수 있으므로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