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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서부면허시험장 - 따릉이로 연습해서 합격한 후기

친구들을 만나러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도대체 죄다 운전을 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면허도 없는 내가 참 민망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여

금세 "아 면허 따야겠다" 마음 먹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에 대해 무서운 마음도 있었던 데다가,

주위에서 2종 자동 정도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순풍순풍 잘 취득하는 친구들이 있다보니,

독학으로 면허를 따야겠다 마음을 먹고서는 그 동안 시행을 안했던 것이다.

 

사실 2020년 11월에 기능까지는 붙었지만,

강남 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을 코스 이탈로 떨어지고 나서

더욱이 면허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마음을 먹은 김에 재빨리 따버리자 싶어서

월요일(어제)에 도로주행 시험을 열심히 예약했다.

참 비효율적으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인터넷 접수는, 잔여 신청 가능 인원이 세(3) 자리 이하일 경우 조회되지 않는다.

 

도로공단(1577-1120)에 전화해서 물어보니(5분 정도 클래식을 들으며 대기해야 한다)

일단 한 달 뒤 쯤으로 예약해 둔 뒤에 전화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화를 제깍제깍 받으면 모를까,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 것이다.

 

전화로 "2월 말일에는 없나요? 대전 시험장엔 없나요? 강서는요?" 하면서 티키타카를 이어가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화요일(오늘) 서부면허시험장 16시 시험을 예약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니?" 하고 어처구니 없어 하시는 엄마를 졸라

주차장을 빙빙 돌면서 엑셀과 브레이크 조작에 대한 감을 익혔다.

밖까지 몰고 나가기에는 보험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이것만 해보고 내일 시뮬레이터로 마저 해볼게요" 하며 연습을 마쳤다.

 

그런데 웬걸, 시뮬레이터로 두 시간 쯤 연습해야겠다 싶어서

오후 1시 쯤 서부시험장에 도착하고 보니, 코로나로 시뮬레이터 운영을 중단한 것이다.

아이코, 꼼짝없이 남은 세 시간동안 도로주행 유튜브만 보게 생겼구나 하다가

따릉이로라도 도로를 보자, 싶어 밖으로 나갔다.

 

 

따릉이 앱으로 위치를 찾아보니, 그래도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여가능한 자전거가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니 참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다. 

위치와 대여가능 자전거 수까지 볼 수 있다니.

 

영상에서만 보던 박정희 기념관 앞에서 한 컷 ^^

A부터 D코스까지 모든 길을 한 시간동안 다녔다.

조금 가다보니, 도로주행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왔는데

어떻게 하나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세상 느리게 운전하는 그들을 보고, "아 저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자신감을 조금 얻었던 것 같다.

 

 

실제 도로 상황을 눈으로 보고 나니, 

"아 여기엔 불법 주정차가 많군" 하는 것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간을 타고 돌아와서 두 시간 동안 유튜브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는데

이 때는 또 강화학습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순히 영상을 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빠르기를 조절해가고, 여러 번 스킵도 눌러가면서 학습에 변형을 줬고

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로주행 시험에서는 (제일 먼저 봤다) D코스가 걸렸는데

서부 도로주행 코스 중에서는 합격률이 제일 낮은 코스였다.

막상 해보니,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것들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 한 번 해보겠심더" 하는 자신감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운전하고 돌아오니 74점으로 합격이었는데

시험관이 "그렇게 운전하면 죽어요" 하며 설명을 해주는 바람에

시험관 재량으로 이대로 떨어지나 싶었다.

 

다행히 구두 경고로 끝났고, 면허 사진도 그냥 시험장 인화기로 아무렇게나 찍어서

냉큼 발급받아 돌아왔다.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장장 7년간(20살 때부터) 면허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걸 떨쳐냈다.

시험을 보러 갈 때마다 "재취득이세요?" 하는 질문을 받아왔지만

오늘부로 끝이다 이거야~

운전 연습은 별도로 많이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