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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딥러닝 논문 발표 세미나에서 수치플 당한 후기

매주 한 번씩 머신러닝 관련 논문을 읽고

발표를 하는 세미나에 가입되어 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에 세미나 소속원들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은 서로 아는 사이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제 나의 네 번째 발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표가 언제였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2020년 중순쯤 되었을 것이다. 어느새 반년이나 한 셈이네?

구글이 만들었던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

줌 기능에 대해서 발표했다.

상당히 재밌는 알고리즘이있지만, 상당히 어려웠고

내 발표 실력 또한 똥과 같아서,

나를 포함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발표였다.

 

그래도 결과물이 워낙에 잘 나오는 논문이었고

"휴대폰을 바꾸고 싶은데, 픽셀은 어떨까해서 읽어봤습니다 헤헿"

하는 찐따미도 나름 풍기고 있어서 그래도 잘 넘어갔다.


두 번째 발표는 역시 구글에서 진행한 연구로

CNN을 활용한 "당뇨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 진료를

태국에서 실행한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었다.

'실패작'이라고 놀림받는 구글의 몇 안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멋쩍어 하면서 "그래도 이런 걸 배웠어" 하고 정리까지 해서 내주다니, 

오히려 감동받아 버렸다.

이 발표는 알고리즘 위주로 발표하지 않았고,

구글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말로 풀어서 설명했기에 그나마 나았다.

발표실력은 여전히 똥인지라

떠듬떠듬 말하는 내 모습에 식은땀이 났던건 다른 문제이다.


세 번째 발표는 또 구글에서 진행한 연구였는데

딥러닝을 활용해서 실제 로봇을 제어하는 연구였다.

딥러닝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학문인데,

실제 로봇의 데이터를 얻는 것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보다

후어얼씬 더 비싸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구글의 자본력을 활용해서

14대의 로봇팔을 수 개월 동안 가동시켜서는 

80만 개의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로봇팔이 물체를 집는 방법을 학습시켰다는

꽤 흥미진진한 논문이었다.

 

물체를 집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학교 수업시간에 배웠던 "Force Closure"에 대한 설명도 조금 곁들였고,

알고리즘 역시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기에

꽤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발표 실력은 여전히 똥이다.


그리고 대망의 네 번째 발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세 번째 발표 논문과 관련 있는 주제가 좋겠다 싶어서

로봇손을 학습시키는 내용을 찾아서 OpenAI에서 발표한 논문을 들고왔다.

 

정말 재앙 그 자체였다.

알고보니 온갖 강화학습 기술들의 집약체였고

해당 기술들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발표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기술들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수박 겉 핥기만도 못했다. 그런 비유는 수박한테 실례다.

 

세미나 참석인원들이 모두 강화학습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수학과 물리 등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나름 석-박사까지는 밟은 사람들인데다가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분야에서 주욱 공부를 이어 실행까지 해왔던 사람들인데

그 앞에서 "요랬답니다. 죠랬답니다" 하면서 발표를 한다니 참,

10명의 낭비되는 시간을 붙잡고 사과하고 싶었다.

 

내 수준에 맞는 논문을 골라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너무 쉬우면 다들 아는 내용일텐데" 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새로운 것을 고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이해하기 위해 기반 논문부터 읽어가다보면

"그럼 이 기반 논문을 발표해야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 정도는 넘어가도 되겠지-싶은 생각에 무심코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사실 그 기반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음 세미나에는 다들 알고 있더라도

좀 더 기반 내용이 될 수 있는 쉬운 내용을 준비하거나

두 번째 발표에서처럼 실행 사례를 정리해서 발표를 하도록 해야겠다...하는 것을

지독한 수치심에 못 견뎌 하다가 생각해 보았다.

 

다음 발표 때까지 세미나원으로 존재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