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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말고 - EPH를 벗어날 수 있을까?

1편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번 글에서는 호호 할아버지가 된 MIT의 Neville Hogan 교수가 주장했던 Equilibrium Point Hypothesis[EPH]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해당 가설이 숱한 반박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단순한 반박이 아니라, 정면으로 대치되는 가설이 하나 더 있다. Mitsuo Kawato 교수가 틀을 닦아놓은 Internal Dynamics Model이다.

 

Kawato 교수

 

 EPH가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그 간편함 때문이었다. 팔을 이동시켜야할 때, 팔의 무게나 관성모멘트 등을 계산할 필요없이 단순히 근육의 활성도만 입력하면 원하는 위치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동작을 잘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소뇌에서 담당하는 신체 물성

 반면에 Internal Dynamics model은 무게, 모멘트, 강직도 등등 다양한 속성들을 사람이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다. "에이 그걸 어떻게 알아" 하는 반응이 정상적이지만, 운동 능력을 담당하는 소뇌에서 어느 정도 신체의 물성을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 무려 50년 전에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Ito, Neurophysiological aspects of the cerebellar motor control system). 

 

Internal Model에서 설명하는 사람의 움직임

 

 그러므로 Internal Dynamics Model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묘사할 때는 위 도식을 따른다. 굳이 각 항목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 테다. EPH를 보다가 이런 그림을 보게 되면, 에잇 퉤 하고서 냉큼 EPH를 보러 갈 것이다.

 

Lackner DiZio의 코리올리 실험

 하지만 다양한 사례들이 EPH를 반박하고 나선다. 한 실험에서는(Lackner, DiZio, 1994) 사람을 빙글빙글 도는 방에 두고서는 여러 번 팔을 뻗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때, 팔을 뻗는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Coriolis Force가 발생하는데, 인공 중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아닌가?). 하지만 어디까지나 팔을 뻗는 동안만 발생하고, 팔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동작의 시작과 끝)에서는 힘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

 여튼 이런 외부 힘이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EPH에 따르면 사람이 팔을 뻗는 위치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미리 생각해둔 근육 활성도가 있고, 팔을 뻗는 과정에서 외부 힘이 어떻건 간에 최종적으로 아무런 방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 동작에는 오차가 발생했고 이는 결국 사람이 Internal Model에 따라 움직이던 도중 외부 힘에 노출되었고 이에 맞춰 Internal Model을 수정해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 반박의 요지이다.


박터지게 싸우는 중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사람이 빙글빙글 도는데, 애초에 정확한 움직임을 기대하는게 잘못 아닌가요?" 할 수도 있고 뭐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내용으로 참 박터지게도 싸웠다는 것이다. 아니, EPH가 맞는 실험이 있고(지난 번 글의 원숭이 실험처럼) Internal Dynamics Model이 맞는 실험도 있으면 둘을 중첩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게 맞받아쳐야하나?


 요컨대 자존심의 문제라는 것이다. 학문의 발전은 결국 사람들이 이뤄내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는 참 다양한 비효율이 섞이게 된다. 좀 더 빠르게 이런 이론들을 통합시켰다면, 오늘날의 내가 두 이론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진작에 정론이 탄생해서는, 지금쯤이면 모두들 웨어러블 슈트를 입고 다닐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상수를 가르쳐줬다는 이유만으로 지구로 귀환하고 보니 초대형 우주정거장이 개발되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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