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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말고 - MIT Hogan의 분석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라는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있다. 노래가 썩 나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가사가 너무 오그라들어서 쉽게 듣지는 못한다. 수준으로만 따지자면 시아준수의 "이 노래 웃기지" 보다 세 단계쯤 밑이라고 할까...? (10단계 분위표를 사용할 경우) 


 하여튼, 노래의 싸비는 이런 식이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팔 다리가 막 제멋대로 움직이는게!" 굳이 노래로 만들만한 내용인가 싶지만,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같은 것도 노래로 만드는 민족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는 사실이다.

MIT의 Neville Hogan 교수

 

 MIT의 Neville Hogan 교수는, 현재는 호호 할아버지이지만,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한참 진행했다(현재도 하고 있으려나?). 움직이며 전기를 생성하는 슈트(관련 글)에서도 소개되었던 minimum jerk model이 바로 이 교수님이 발견한 이론이었다. Minimum jerk라 함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가속도의 변화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듣고서는 당연히 "잘도 그런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겠다!"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냥 앞에 놓인 컵을 집으려는 것 뿐인데, 우리의 본능이 제 멋대로 "가속의 변화량을 최소화하려면 이런 궤적으로 움직여야 해" 하고서 해당 궤도를 따라 팔을 움직인다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움직임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스꽝스러운 실험 일러스트

 위 일러스트는 상당히 웃기게 생겼지만, 무려 Nature 지에 실린 리뷰 기사의 일러스트이다. 원숭이가 팔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실험을 Hogan 교수가 진행했는데, 이에 관한 그림이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부 자극을 느끼지 못하도록 수술을 받은 원숭이가(팔을 건드려도 알아채지 못한다) 있다. 이 원숭이는 수술을 받기 전에, 계속해서 바뀌는 레이저 포인터의 방향을 올바르게 가리키면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학습되었다. 

 

 수술을 받은 뒤, 원숭이가 자신의 팔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다시금 포인터의 방향을 가리키도록 지시했다. 이 때, 숫자 5 방향에 놓인 팔을, 원숭이 몰래 숫자 7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그러고서 숫자 2를 가리키도록 지시했을 때, 원숭이의 팔은 어디로 가게 될까?

 

 "원숭이는 자신의 팔이 7시로 간 줄 모르니까, 7에서 오른쪽으로 세 칸 이동한 숫자 4 방향이 아닐까요?"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틀렸다. 정답은 숫자 3 방향으로 용수철 튀기듯 이동했다가 다시 숫자 5로 이동한 다음, 숫자 2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동하는 것이다


 불쌍한 원숭이는 실험이 끝나고 연구진들이 맛있게 먹... 이게 아니지. 여튼 원숭이는 뒤로 한 채, 어떻게 이런 움직임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근거가 Equilibrium Point 가설이다. 팔을 막대기라고 생각하고, 주변 근육을 팔에 연결된 줄로 생각해보자. 줄에는 탄성이 있어서 막대기에 가해지는 힘을 버틸 수 있다. 텐트라고 생각하면 쉽다(아닌가?). 

 

 이 때, 줄에 걸어야 하는 힘의 크기를 뇌에서 조절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숫자 5방향에 위치하도록 힘을 정해두고 있었으니, 숫자 7로 강제로 이동시켰다면, 반대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것이 설명되고, 이후에 숫자 2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줄에 걸리는 힘을 조절해가면서 막대기의 평형점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원리라는 것이다.


 1984년 진행된 실험이라니 상당히 오래되었군 싶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Equilibrium Point 모델 역시 숱한 반론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에는 (1990~2000 시절) 꽤나 격렬하게 학문적 논쟁이 이뤄졌는데, 현재는 다들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 그러려니 넘기는 것 같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난리들이지" 싶기도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렇게 편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힘에 의해 이동한다고 봤다. 물건을 집어던지면, 주변의 공기가 해당 물체를 밀어주는 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물체가 어느 정도 하늘에 떠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만물은 정지해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찰"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꽤나 합리적인 생각이 아닐 수가 없다(사실 지금의 나로서도 저게 왜 잘못되었는지 조리있게 설명할 재주가 없다).

 

 "저거 중요한 문제야?"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 갈릴레오를 거쳐 뉴턴이 만들어낸 공식이 무엇인가? 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F = m* a 공식이다. 힘은 물체의 속도에 변화를 주는 존재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로서 수도 없이 많은 물리 이론들이 탄생하고, 기계들이 설계되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식을 무너뜨리고 우주를 설명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로봇이 제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지만, 아직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가기에는 한참 멀었다... 라고 쓰고서 위 영상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새삼 놀랍다. 어쩌면 인간의 움직임, 거의 따라잡았을지도? 여튼,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가기엔 멀었다. Equilibrium point 같은 탁상공론들도,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뉴턴과 아인슈타인까지 이어지는 과학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움직임을 보조해줄 수 있는 로봇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추가 관련글

1) 나만 들을 순 없지 - 시아준수, "이노래 웃기지"

 

2) Nature, OPTIMAL FEEDBACK CONTROL AND THE NEURAL BASIS OF VOLITIONAL MOTOR CONTROL, 2004

https://www.nature.com/articles/nrn1427.pdf

 

3) Hogan et al., Posture control and trajectory formation during arm movement, 1984

https://www.jneurosci.org/content/4/11/2738

 

Posture control and trajectory formation during arm movement

One hypothesis for the generation of spatially oriented arm movements by the central nervous system is that a desired joint position is determined by the ratio of the tensions of agonist and antagonist muscles. According to this hypothesis, the transition

www.jneurosc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