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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걸으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슈트의 개발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한다(진부하군요). 에너지에서 티끌을 모아내는 기술을 멋진 말로 Energy Harvesting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해당 기기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쉽게 발전하지 못하는 분야이다. 학교 도서관에는 압전 소자를 활용한 스위치를 의자에 심어두어서, 사람이 좌석에 앉으면 불이 켜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는데,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업(커널로그)은 현재 운영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인 것이다.

커널로그의 제품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번에는 걷는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는 슈트가 Science지를 통해 공개되었다(링크). 사실 전기를 만든다는 것은 부산물에 불과하고, 실제 효과는 걷는 것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슈트이다. 본 슈트를 입으면 걸으면서 소진되는 단위에너지의 2.5%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슈트의 모습

 

 "2.5%면 오차 수준 아닌가요?" 맞는 말이다. 상당히 근소한 차이이다. 만 보를 걷는다고 치면, 420kCal가 소모된다. 이 중 2.5%는 10kCal이니, 곤약젤리 한 팩 정도의 칼로리라고 할까? 뭐 여하튼 상당히 적은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는 이유는, 인간의 몸이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움직임을 다룬 Flash와 Hogan의 논문

 

 MIT의 Flash와 Hogan은 (레슬링 선수들 이름 같지만 세계적인 석학들이다) 1985년 논문을 통해 인간의 움직임이 jerk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주장했다. jerk라 함은, 머릿속을 스치는 그런 단어들이 아니라 가속도를 한번 더 미분한 값을 뜻한다. 가속도의 변화량인 셈이다. 

 

 jerk 같은 걸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통증을 가장 적게 느끼는 움직임이다. 가속도는 결국 힘을 뜻하고, 인간의 몸은 지속적인 외부 힘에는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중력을 버티고 있거나, 대기압을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힘이 바뀌어버리면 신체에 변형이 생기며 통증이 발생한다. 그걸 막아주는 움직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하지만 jerk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에너지 효율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사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모든 순간에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냥 생각해보더라도 인간의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처음과 마지막에는 천천히, 움직임 중간에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 이번에 발표된 이 논문은 태생적인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이 목표로 하는 구간

 

 그럼 이 논문이 이전의 에너지 하베스팅 시도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냐- 하면,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부분을 상당히 줄인 것이다. 발이 땅이 닿기 직전을 노린다. 해당 순간에서는 햄스트링이 수축하며 발에 음의 가속을 더하고 속도를 줄인다. 이 때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동시에, 전기로 재생산하게 된 것이다. 


 실제 슈트의 모습은 "상용화" 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연구 결과 역시 의미있는 결과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을 발견한 우리 연구실은 아침부터 뒤집어졌더랬다.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한 순간에 비트코인 올라가듯 상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연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언젠가는 사회 전반을 뒤집어 놓을 기술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 이런 사소한 논문들을 읽어나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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