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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Hill's Muscle Model 공부 후기

 요즘 배우는 "운동역학" 수업에서 Hill's Muscle Model이라는 것이 나온다. 근육의 구조를 스프링과 구동기 구조로 설명하는 모델이다. 

 

 

 음,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려는데, 아니 Hill이 이 모델로 1922년 노벨상을 탔다는 것이 아닌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을 직접 배워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그건 둘째치고서라도, 이런 간단한 모델로도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건가? 1900년대 초에는 정말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구나 새삼 느꼈다. 100년도 안되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은 exponential하게 이뤄진다고들 하니, 앞으로 10년 후면 2021년의 과학기술을 보고 구닥다리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Hill's muscle model

 

 Hill이 고안한 모델은 위와 같다. Contractile Component 가 구동기 역할을 하고, 이와 병렬로 연결된 스프링, 직렬로 연결된 스프링이 존재한다. 병렬로 연결된 스프링은 근육의 Passive한 성질(피부, 인대 등으로 인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힘)을 나타내고, 직렬로 연결된 스프링은 근육의 Active한 성질(길이 변화로 발생하는 힘)을 나타낸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한 모델이고, 이를 토대로 운동을 통한 발열 등을 설명해내는 것이다.

 

 Hill은 자신의 근육 모델을 가지고 위와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힘 변화가 급작스럽게 이뤄질 때 근육의 길이 변화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실험은 실제로 개구리 근육 조직을 떼어내다가 이뤄졌으므로,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실제 근육의 움직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육의 장력이 한순간에 탁 풀리더라도 길이변화는 천천히 이뤄진다. 실제로 MATLAB을 통해서 위와 같은 그래프를 만들어볼 수 있다.

 

모델링 방법
근육 길이 그래프 출력 결과

 이 실험을 통해서, Hill의 근육 모델은 모델로서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근육의 움직임을 제대로 모사하고 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근육 모델에 삽입된 damper(감속기) 항목이 근육이 외부 자극에 휙휙 바뀌지 않고 천천히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Stanford에서 만든 오픈소스 OpenSim

 

 이렇게 밝혀낸 근육 모델은, 현재까지도 근육 시뮬레이션에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위 사진은 스탠포드에서 개발해서 배포한 시뮬레이터 OpenSim인데, 신체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옮겨올 수 있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움직임을 계산할 때, 바로 Hill의 근육 모델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Hill은 참 좋겠네, 일찍 태어난 덕분에 별거 아닌 걸로도 노벨상까지 받고"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댓츠 노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실제로 별거 아닌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근에 드는 생각은 "정말 어려운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경험상 새로이 접하게 되는 분야들(딥러닝이라든지, 시스템 제어라든지 등등)에서는 대부분 "이게 다야?" 하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Hill을 시샘하는 것보다는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그렇다. 나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보면 쉽게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위축되기 보다는 더 자신감을 얻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나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