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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서울대 기계과] 웨어러블의 방향은 아이언맨을 향해 가고 있나요? (상편)

"태블릿PC" 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으음 태블릿 PC군... 딱 그 정도이다. 그래서 뭐?

"양자컴퓨터" 했을 때처럼 "오 개쩐다" 하는 반응은 없다. 2011년이면 모를까.

지금 웨어러블의 상태가 딱 그렇다.

으응 웨어러블... 자 그럼 딥러닝을 공부해볼까요? 하듯이 물흐르듯 지나간다.

문제는 태블릿 PC처럼 확실한 제품이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싸움을 웨어러블 업계는 붙잡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은 2021년부터 웨어러블을 공부해야 하는 대학원생이 앞으로의 향방을 점쳐본 결과이다.


BCG Matrix: 제품의 위치를 평가하기 좋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BCG)에서 만든 표인데,

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현재 어떤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쉽게 그린 것이다.

시장의 성장 속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을(물음표 단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만들고(스타 단계)

종내에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단계(캐시카우)로 전환시킨 뒤에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일련의 과정이다.

 

양자컴퓨터라면, 물음표 단계일 것이다.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위험한 아이템이지만,

확실히 파고든다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웨어러블은 어디쯤 와있나?

시장성장률이 좋나? 확실히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아이템이 있나?

2014년에 애플워치 1세대가 등장했는데, 

아직도 웨어러블은 스마트워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7년차인데!


7년차면 웬만한 여자 아이돌은 해체하는 시기이다. 

한 때 제 아무리 잘나갔던 아이돌이라도 7년차면 끝날 때가 된 것이다.

소녀시대처럼 컨셉을 잘 바꾸어가면서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걸그룹이 있나 하면

씨스타처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자며 이별을 택할 수도 있고

여자친구처럼 이미지를 바꿨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시장에 아무런 영향력도 만들어내지 못한 비운의 걸그룹 웨어러블은

사그라드는 관심을 뒤흔들어 줄 "게임체인저"를 기다리고 있다.

웨어러블의 크랙, 웨어러블의 메시이자 아자르는 어떤게 될 수 있을까?

0. 망한 웨어러블의 사례들

2015~2017년 즈음에는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웨어러블 스타트업이 생겼다. 지금은? 몽땅 망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Project Jacquard.

언뜻 평범해 보이는 리바이스 청자켓, 구글이 하면 어떨까?

Project Jacquard의 아이템은 전기전도성 실을 일반 직물과 섞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옷을 제어하면서 전자기기를 제어할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소매를 몇 번 두들기면서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전화를 받는 등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카드 섬유가 사용된 리바이스 자켓은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외출을 나가기 전에 "아 자켓 충전을 깜빡했네"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가?

물론 현재 스마트워치를 매일 밤 충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옷도 충전해서 입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런 옷은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피트니스용 웨어러블도 망한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PUSH 제품: 팔에 착용하면 운동 카운트를 세어 준다

PUSH라고 해서, 팔뚝에 착용하는 모션 트래킹 디바이스이다. 

크로스핏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은

힘들어서 정신도 없는데 숫자까지 세어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군대 체력훈련처럼 마지막 구호를 세는 놈들도 나오고, 

까먹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PUSH 제품 소개 동영상

PUSH가 있다면 숫자 카운팅은 물론이고,

운동을 잘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건 그래도 타겟이 명확하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모니터링에 갈증이 난 사람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팔뚝에 전자기기를 감고 운동을 하고 싶어하느냐는 말이다.

 

헬스장에는 바벨이나 덤벨처럼 단순무식한 기구가 있고

"머신"이라고 해서 도르래를 사용하는 기구가 있다. 

머신은 타겟으로 삼는 근육을 효율적으로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근육들이 배제되기 때문에 

중량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코어" 힘을 기르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운동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벤치 프레스"만 찾지,

"체스트 프레스" 같은 걸 찾지 않는다.

효율적일수록 바보같아 보이는 이상한 세계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크로스핏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팔뚝에 50만원짜리 기기를 칭칭 감고서는 운동을 한다? 케틀벨로 바로 두들겨 맞는다.

물론 현재 마라토너들이 스마트워치를 쓰는 것처럼

헬스의 세계도 앞으로 변해갈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아니다.

 

망한 사례들만 찾자면, 논문도 하나 내겠다.

그렇다면 정말로 웨어러블의 메시이자 아자르는 누가 될 것인가?


하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