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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분석/금융

Qraft 사와 Pabii 블로그 - AI와 계량경제학의 키보드 배틀

친구가 "너 이거 본 적 있냐?" 해서 알게 된 블로그가 있다.

AI를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Qraft Technology 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블로그였는데

두 회사를 처음 들어보는 상태였다.

 

알고 보니, Qraft는 자체 선별한 종목으로 ETF를 만들어 뉴욕 증시에 상장해서

2020년 12월 기준 시장 지표 성장률을 15% 이상 웃도는 수익률을 보인 정도로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회사였고,

해당 블로그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해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사람으로 보였다.


둘 사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 발단

Qraft 사에서 자신들 알고리즘을 홍보하는 간략한 글을 Brunch에 올렸다.

요지는 이러하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깨부순 3-Factor-Model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우리들의 알고리즘은 인간이 손으로는 구할 수 없는 Factor들을 수없이 많이 찾아줬다.

그렇다면 나중에 우리의 AI가 노벨경제학상을 탈 수 있을까? 후후" 

 

효율적 시장가설은 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므로 정보 불균형은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는 것이고

3-Factor-Model은, 시장이 세 가지 요인으로 흐름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세 요인을 잘 사용한다면, 시장 수익률 정도는 우습게 이길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세 가지 요인은 무엇이냐?

첫째, 전체 시장의 흐름

둘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종목의 크기

셋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종목의 Book to Market Ratio

 

더 쉽게 설명하자면, 단순 주식시장으로 가정할 때,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시장수익률을 웃돌기 좋고,

PBR이 작을수록 시장수익률을 웃돌기 좋다는 것이다.

시장 흐름이 좋을 때라면야 당연히 좋은 것이고.

 

그래서 브런치 글은, 이런 요인들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탔으니,

더 많은 요인들을 발견한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홍보하는 것이다.


2. 전개

일단 파비 블로그 주인장은 화가 났다.

"이 사람 왜 이렇게 화가 났지?"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화가 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쒸익 쒸익 하면서 브런치 글에 대한 반박을 조목 조목 단다.

여러 항목에 참 다양한 반박을 했지만, 역시 요지는 한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3-Factor-Model은 '설명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학계에서는 버림받은 주제이다.

Qraft의 알고리즘이 발견한 요인들 역시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못하므로, 하등 쓸모없는 수치일 뿐이다."

 

Pabii 블로그 캡처 "쒸익 쒸익"

이런 요지와 함께, '경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공대생들이,

계산 좀 했다고 결과물 들이대는 것이 가소롭다' 라는 느낌을 글 전체에 풍기고 있다.

'아니, 설명 좀 못할 수도 있지 왜 이렇게 화가 났어?' 라고 느낄 수 있지만,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 결과물이 잘 나오지만

미래 데이터에 적용했을 때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3. 위기

한 대학생이 파비 블로그를 보고서는,

브런치 글에 댓글을 단다. "이렇다는데요?"

그러자 Qraft 사에서도 재반박을 댓글로 달아준다. "그게 아니라 이렇답니다."

근데 거기서 그 대학생이 다시 파비 블로그로 쪼르르 가서는 "이렇다는데요?" 를 시전한 것이다.

 

그러자 파비는 또 화가 났다. 

"아니 왜 또 이렇게 화가 났어?" 하고 묻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재재 반박글을 올린다.

요지는 '대학생 정도면 스스로 해석할 줄도 알아야지, 

싸움을 붙이는 것도 아니고 말만 복사 붙여넣기 하는게 성의가 없다'는 것인데

역시 글 전체에서는 '뭐 아무 것도 모르는 놈이랑 논쟁을 하는 게 불쾌하다' 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Qraft 재반박글의 요지는 "설명가능성이 학계에서 중요하다면,

실무에서는 수익률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 라는 것이지만

파비의 재재반박글은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4. 결말

파비의 재재반박글에 대해서는 Qraft 사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파비는 글을 퍼나른 대학생에게 "이노옴! 반성문을 써와라!" 하는 혼쭐을 냈고

대학생은 얌전히 키보드 배틀을 본 감상문을 올림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역시 마무리까지 "내가 이런 애들이랑 말을 섞어야 하나-" 하는 태도가 물씬 풍긴다.


사실 두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데는 역사깊은 유래가 있다.

딥러닝의 발전 역시, '설명 가능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학계의 뭇매를 받았고

아직까지도 설명가능성에 대해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파비의 태도는 참 할 말이 없다 싶을 정도로 난처하다.

자신을 비판하는 평론가에게 이문열 소설가가

"아랫 것과는 논쟁하지 않는다"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수업 중 열변을 토하는 인터넷 강사가 있었는데, 그것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시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정보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는 각자의 잉여를 최대화시키려고 애쓴다.

물론 파비 블로그의 의도는 "AI라는 이름으로 생산자가 불필요한 잉여를 가져간다" 이기에

AI에 지나치게 우세한 현재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래도 최소한 인터넷 예절 정도는 지키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이건 뭐 논리적인 부분만 제한다면 악플 수준이다.

 

여튼 왜 그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지만,

서로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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