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의 본 목적은 한라산 등반이었더랬다. 첫째날 오후에 제주도로 가서, 둘째날에 한라산을 등반한 후, 셋째날에 누워있고 넷째날에 귀국하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계획에는 늘 오차가 섞이기 마련이다.
일단 오차 첫 번째는 등반 시간이었다. 본래 다섯시 반에 일어나 6시에는 출발하여 6시 반에는 등산을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 30분 정도 밀려 7시 등반 시작이 되었다. 인원이 5명이다 보니,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을 너무 우습게 봤던 것이 탈이었다.
둘째 오차는 물의 양이다. 전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토레타 900ml를 편의점에서 샀더랬다. 이외에도 생수 300ml 정도를 따로 챙겼다. 하지만 등산 중 초콜릿, 단백질 바 등을 먹는 동안 물을 꿀꺽꿀꺽 잘도 마셨고, 1200ml의 물은 금세 바닥이 나버렸다. 정상에서 라면을 먹자는 심산으로 텀블러에 400ml가량의 온수를 담아갔으니, 사실 챙겨간 물의 양은 1.5L를 넘는 수준이었지만, 음용수 1200ml는 부족했다. 다행히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가는 길만큼 물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좀 더 넉넉히 물을 챙겨갔더라면 아저씨가 상류에서 머리를 감고있던 물을 떠다가 마시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테다.
세 번째 오차는 날씨이다. 태풍 직후에 등산을 했기에 백록담에 물이 차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사를 제주도에 가기 전에도 봤더랬다. 하지만 10시 10분 가량 도착한 백록담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10분 전에 정상에 도착한 친구의 경우에는 위 사진을 찍을 정도로 개어있었다고 하는데, 거짓말처럼 나의 도착과 함께 구름이 뒤덮였다나. 결국 나는 제대로 백록담을 보지 못했다.
2016년에 갔던 경험에 따르면, 10시 50분에 찍었음에도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에도 물 비스무리 한 것이 얼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절경임에 틀림없는데, 기억이 명확지가 않다. 여튼 백록담을 보는 것은 확률이 낮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정말 확률이 낮구나.
운동화를 신고간 친구들도 있었고 올라갈 때는 운동화도 수월하게 올라가는 듯 했지만, 내리막에서 내가 신고갔던 등산화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한라산은 언제가든 꽤나 미끄럽기에 가능하면 등산화를 신고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생활 들여다보기 > 뇌 속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계과 대학원 워크샵에서 진행했던 싯다운 코미디 (0) | 2022.08.28 |
---|---|
대학원생이 자가격리하기 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0) | 2022.08.14 |
맛있지만 불친절했던 제주 미영이네 식당 (0) | 2022.08.08 |
밑 빠진 독에도 물을 붓는 이유 (0) | 2022.08.03 |
대학원생이 스타트업 관련하여 귀동냥을 다니는 후기 2) 스타트업 대표 (0) | 202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