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와 기계공학부를 전공하면서 팀플은 남들 하는 만큼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느냐 하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 대학에 입학했던 2013년 이래로, 팀플에서 어떤 성과를 냈던 경험은 지난 학기의 수업(관련 글)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그런 사람이 팀플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글을 쓴다니 참 어줍잖지만, 성공한 팀플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실패한 팀플은 나름나름으로 다르다고 했던가(아니다). 어쨌든 실패 경험도 소중한 분석 대상이 된다.
1. 기계공학부 팀플 - 1대1 토너먼트에서 0점을 낸 팀에게 패배한 경험
서울대 기계공학부 1학년 필수과목 중에는 "창의공학설계"라는 과목이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들이 으쌰으쌰 어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를 만들어 누가 더 잘 수행하는지 경쟁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군대도 다녀오고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24살 즈음에 수업을 들었다. 1대1 토너먼트로 진행된 학기말 경연대회에서, 상대팀은 0점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팀은 패배를 하는 기가 막힌 결과를 받게 되었더랬다.
이유는 이러했다. 만들어야 하는 로봇의 종류가 두 가지인데, 학생은 네 명 정도. 자연스레 두 명/ 두 명으로 나뉘어 로봇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통이랄게 거의 전혀 없었다. 서로 로봇이 작동하긴 하는지 이야기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팀플이 망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팀플을 진행한 이유는 명확하다. 누구도 총대를 메고 리더를 자처하지 않은 것이다. "서로 만든 로봇을 검토해보자" 말 한 마디면 되었을 것을, 괜히 그랬다가 로드 독박을 쓰게 될까 두려워 나서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세상 쉽지만, 책임을 지는 것은 어렵다. 지난 일이지만, 좀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했다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를 한다.
2. 경영학과 팀플 - 참여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2017년 2학기, 홍콩 교환학생을 가서 신나게 놀고 왔더랬다. 겨울에 한국 도착해서는 경영전략 수업을 계절학기로 들었는데 웬 똘똘한 여학생 세 명과 팀을 이루게 되었다. 이거 피곤해지겠군, 직감했던 기억이 있다. 결론적으로 피곤해진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이 나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팀플 주제는, 위 사진과 같이 한 기업을 선정하여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이다. 각자 내용 분담을 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을 때 내가 담당한 분야의 정보가 극도로 빈약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내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내가 너무 광범위한 분야를 맡았어" 하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내 잘못이 맞다. 어떤 일을 할 때, 이것 저것 재지 않고 무작정 뛰어드는 탓에 구글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었고, 무심코 건져올린 김 같은 것을 팀플 자료랍시고 가져간 것이다. 준비해야 하는 범위가 많건 적건, 준비해야 하는 인덱스를 정리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김 같은 것을 가지고간 대가로 겨우 내 맘고생을 하다, 3월 개강 후 팀원들에게 다시 연락하여 사과를 했었다.
3. 다학제 팀플 - 입으로 털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라
이거 참 팀플 골고루도 했구나, 정리하다 보니 감탄했다. 다학제라 함은, 경영학과/ 기계과/ 전기과 등등 말할 것도 없이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팀플을 한 것이다. 주제는 자유롭게 "현재 사람들이 문제로 여기는 것들을 해결할 방법을 만들어와라" 였다.
해당 수업은 심지어, 중국의 칭화대/ 베이항공대/ 홍콩과기대와 서울대가 모인 연계 수업이었다. 나는 홍콩과기대 경영학과 여학생 한 명, 기계과 남학생 한 명, 칭화대 기계과 남학생 두 명, 서울대 에너지공학과 남학생 한 명과 함께 팀을 이뤘다. 지금 세어보니 꽤 큰 팀이었구나 싶다. 다들 뭐하고 있을까? 나는 이러고 있단다.
우리가 정한 고객군은 "노인 인구" 였다. 주제는 괜찮았다만, 방향 설정이 잘못 되었다. 중국에서는 Square Dance라고 해서는 광장 체조같은 것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많은데, 그것을 관리하는 앱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앱이라는 것이 휴대폰에서만 작동하기에, 우리는 자료조사만 조금 했을 뿐 뭘 만든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휴대폰 어플 데모 생성기를 활용해 시제품 정도만 구현했을 뿐이다.
하지만 수업은 무엇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과목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진들이 그랬던 것이다. 서울대 기계과에서 관련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진이 참여했기에, 미리 내용에 대해 짐작하던 사람들은 어쨌거나 뭘 개발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나의 팀플은 끝없이 표류하기만 했다. 팀플의 방향이 수업과 맞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다. 발표장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한 건지 중간 중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참 찌질의 역사 그 자체이다. 이렇게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실패를 한 이유는 물론, 당시에 내가 "이건 실패한 팀플이다" 라고 평가할 재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억력은 좋은 것 같으니 이렇게 뒤늦게 나마 후회도 할 수 있다. 이불킥 팡팡 하면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앞으로 팀플할 거리가 저어엉말 많다. 지난 잘못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일들을 잘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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