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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근골격계 보조 슈트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1편

 어쩌다 이런 주제를 잡게 되었을까? 불평하는 말투이지만,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시 한 번 복기해보는 것이다. 현재, "택배기사를 위한 근골겨계 보조 슈트"를 주제로 연구를 해보려는 참이다. 이는 지난 수업에서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정하게 된 주제이다. 재활 관련 연구실이니, 타겟으로 하는 부위를 정하고 (발 / 어깨 중 택 1), 목표 고객을 정하고 (노년층 / 군인 중 택 1)... 쭐레 쭐레 흘러가다 보니, 어느덧 정해지게 된 것이다. 


 수업에서는 해당 주제로 열심히 머리를 싸맨 결과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관련 글)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한 수업이 끝난 뒤, 해당 주제로 실제 연구를 하려고 하니 문제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유사한 구조를 가진 특허나 연구가 넘쳐났다. 수업 중에는 제대로 정보 조사를 하지 않고 시제품을 만들었고, 교수님을 비롯한 평가 위원 역시 해당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유사한 구조의 제품. 심지어 해당 제품은 안팔려서 망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고민해보기로 했다. 근골격계가 뭔지, 어떤 자극에 취약한지, 어떤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는지, 택배기사들이 유달리 취약한 부위는 어디인지 등등을 고민하다 보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까? 오늘은 처음 두 개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근골격계라고 하면, 근육과 뼈로 이루어진 신체를 말한다. 관절이나 팔/다리/몸통 등 논의가 굉장히 방대하게 이뤄질 수 있으므로, 우선 허리를 타겟으로 하자. 하지만 어깨나 팔꿈치, 무릎 등 관절 부위들도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근골격계임은 명심해야 한다. 

 "허리"라고는 했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lower back이다. 등 하부 정도가 맞는 말이다. 척추는 위 사진과 같이 구성되어 골반부터 목뼈까지를 일컫는데, 등 하부는 노란색 부위, 즉 갈비뼈 밑 부분을 의미한다. 

 

 목(Cervical), 몸통(Thoracic) 도 있는데, 왜 등 하부(Lumbar)로 논의를 축소해야 할까?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이동시키는 등 산업에서 필요한 다양한 노동을 할 때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이기 때문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푹 꺼진 매트리스에서 자면서 늘상 아팠던 곳이 저 부위였더랬다. 다른 부위는 안 다치냐고? 그건 잘 모르겠네. 내일 좀 더 찾아봐야겠다.


 등 하부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먼저, 명확히 드러나는 뼈이다. L1~L5 라는 다섯 가지의 척추골로 구성된다. 두 번째는 평상시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스크"이다. 척추골 사이 사이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뼈가 과도하게 서로 붙으려고 하거나 멀어지면, 디스크가 빠져나오는데, 김종국을 포함하여 이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나머지는 뼈를 고정하는 인대, 근육을 뼈에 부착하는 Tendon, 31쌍의 신경다발들이다.

 "나머지"라고는 했지만(인대와 tendon), 일상 생활에서 가장 쉽게 다치는 부위이기도 하다. "삔다"라고 표현하는 염좌, sprain은 척추골을 붙잡아주는 인대가 지나치게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경우를 뜻한다. 좌상이라고 표현하는 (처음 들어봤다) strain은 근육을 붙잡아주는 tendon이나 근육 자체가 찢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그럼 왜 등 하부 부상이 일어날까? 역시 다섯 가지 요소가 있어서, 복합적으로 작업장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다. 1) 하중의 모멘트 2) 물건을 들어올리는 빈도 3) 옆으로 몸을 구부리는 (옆구리 운동 자세처럼) 속도 4) 몸을 비트는 (몸통 운동 자세) 속도 5) 앞으로 몸을 숙이는 각도. 자세히 생각해보면, 몸을 앞으로 숙이는 속도/가속도 라든지, 몸을 비트는 각도 등처럼 나름 중요할 것 같은 요소들이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봤을 때, 척추 부상과 가장 연관이 깊은 요소들을 골라낸 것이다. 

 

 몸을 옆으로 굽히는 속도는 특히, 몸통의 움직임을 생각해봤을 때 척추 건강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경우는 엉덩이/골반 등이 함께 작동하며 척추 스스로의 움직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부하가 가해졌을 때 함께 견딜 수 있는 근골격계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옆으로 굽히는 경우는 부하가 온전히 척추로 가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척추 구성 요소 다섯 가지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번 달 말에, 위 내용들과 더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랩세미나를 열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공부했고, 앞으로 이런 내용을 연구할 겁니다~ 하고 말하는 자리인데, "나 그간 놀기만 한 게 아니오" 하고 말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증명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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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NINDS (엄청 큰,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기관) 자료

 

Low Back Pain Fact Sheet |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Date last modified: Mon, 2020-04-27 20:13

www.ninds.nih.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