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도서 리뷰] 데이비드 엡스타인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테니스와 골프라는 각기 다른 두 종목에서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로저 페더러와 타이거 우즈는 서로 상당히 다른 교육 환경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라났다. 타이거 우즈가 제대로 걷기도 전에 골프채를 잡았던 것에 비해, 로저 페더러는 14살이 되어서야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4살이 많은 나이는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재의 이미지와는 다름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내 자식이 한 분야의 페더러 혹은 우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일까? 또는, 내 자신이 한 분야의 페더러 혹은 우즈가 되려면? 이 책은 위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기 교육에 비해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은지, 왜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의 의견이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압도하는지, 왜 우리는 갖고 있는 도구들을 내려놓고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 두루 다룬다. 

 

나는 대학에 들어온 직후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면 "아 그 공부 잘하는 애" 라고 불렸던 중고등학생 시절은 뒤로, 팀플에서는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애, 수업을 잘 못 따라 오는 애였다. 별 고민 없이 선택했던 복수전공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어딜 가든 "넌 왜 그런 수업을 듣니?" 같은 소리만 들었더랬다. 직장을 다니고 나서도 늘 나를 따라다니는 질문이었다. "왜 이런 일을 해?" 나로서도 답답한 일이었다. 나는 내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걸까? 대학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던 중고등학생 시절이 나의 전부인 걸까?

 

이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숱한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너 뿐만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선교사로, 무역중개인으로 모두 실패했다가 느지막히 다시 시작한 그림에 힘을 써보기로 했던 반 고흐, 운동선수로서 생명이 일찍 끝나자 코치를 따라 신발을 떼어다 팔았던 나이키의 창립자 필 나이트 등등, 멀리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해냈던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멀리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이유를 분석해준다.

 

하지만 책에서 뚜렷하게 말하지 않았던 한 가지, 어쩌면 더욱 중요한 한 가지는 예시로 든 사람들이 뭐든 새로 선택한 분야에 깊이 몰두했다는 사실일테다. 다른 분야들을 돌아 돌아가면서도 그 분야에서 얻을 만한 것들을 확실하게 얻었고, 새롭게 선택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차피 나는 이미 돌아 돌아 왔으니, 지금 생각들을 잘 정리해뒀다가 다음 분야에 발을 디딜 때 써먹어야 이런 책에 이름도 실을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