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서 전시한 재활복지제품 박람회에 다녀왔다. 마지막 날인데다가 휴일이었고, 심지어 방문한 시간도 느지막했으니 많은 부스들이 철수한 상황이었지만, 볼만한 제품들은 다 볼 수 있었다. 가장 재밌게 봤던 제품은 오토복이었다.
오토복에서는 유튜브 영상으로만 봤던 C-Brace를 전시 중이었다. 영상으로 보며 확연한 전후비교에 "아니 이거 정상인이 환자인척 연기하고 찍은 거 아냐?" 라는 말도 친구들과 나눴더랬다. 하지만 진짜였다. 가격은 7000만 원 정도라는데 (!), 심지어 한국에서는 보험으로 커버 가능한 영역이 몇 백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 거의 정가를 모두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은게 아니고, 보조기로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이렇게 비쌀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가격 탓에 10명 가량이 구매하여 사용 중이라고 한다. 제품이 출시된 지 수 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이렇게 확연한 전후 비교 영상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생각보다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전체가 카본 플레이트로 제작되어 있어서 상당히 가벼웠고, 보행 중 근육의 변형이 잘 일어나는 부분들 (발바닥, 허벅지 뒤편 등)은 두께 조절을 통해 상당히 유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설명에 따르면 그런 파트 제작 같은 부분은 크게 비싸진 않다고 하니, 도대체 어디서 저 정가가 책정되었을까 궁금해진다. 구매과정은 좀 더 복잡한게,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일종의 테스트를 받게 되고 그걸 통과한 사람만이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해당 시험을 치르는 비용은 따로 있을테다. 테스트에서는 다리의 정렬상태를 파악하여 C-Brace로 지지가 가능한 상황인지 확인한다고 한다. 소아마비처럼 오래 다리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양 다리의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C-Brace의 대상이 되지 못할 테다.
오토복을 제외하고 몇 가지 기억나는 제품들은, 모두 센서였다. 그것도 가격이 후덜덜하게 매겨진. 대부분은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출시한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상당하게 매겨놓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해당 제품들이 제공하는 효용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느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올시다. IMU 두 개를 허벅지와 종아리에 부착하여 무릎 각도를 측정하는 제품 (ecen) 의 경우 기관에만 판매하는 의료기기로서 900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심박을 모니터링하는 기기는 파급력이 너무 약해보였다.
자세를 측정해주는 스마트 거울 (tango) 은 생각보다 참여해보려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놀랐다. 동일한 서비스 해주는 다른 제품들도 많았는데, 전시장 중앙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며 시연을 하고 있으니 더욱 사람이 몰린 듯 했다. KIMM (한국기계연구원)에서 SMA를 활용해 들고 나온 제품들은 여전히 실효성이 없어보였다. 시각장애인용 햅틱 보조 기구 (하티오아이)는 타겟 그룹이 매우 명확하면서도 내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분야라 신기했다.
센서를 활용하는 재활/복지 제품들은 서로 무차별적이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너 이만큼 못해" 하고 보여주는 격이라 약간 매 맞는 기분으로 참여하게 된다. 반면에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센서를 적용할 경우에는 "너 이만큼 잘해" 라는 점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예전에 스포츠 박람회를 가봤던 경험에 비춰보면 꼭 그렇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측정 이후에는 필시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어" 라는 것들을 뱉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아 재활 쪽에서는 센서로 측정을 한들, 더 운동을 하려는 동기부여를 해주기가 너무 힘들다. 운동 쪽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갖고 임하고 센서는 그걸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니 운동쪽으로 커리어를 잡고 싶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또 마냥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조차도 몸을 좀 더 키우고 싶다는 목표를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시행을 않지 않는가? 선수의 입장에서는 또 다르려나?
스포츠 쪽에서 커리어를 쌓는다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준비해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휴, 잠시 다녀온 박람회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떠안겨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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