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늘상, 여름방학에는 이곳 저곳 놀러 다녔더랬다. 2019년도에는 중국 계림, 2020년도에는 울릉도를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어딜 여행 삼아 놀러갈 상황이 못 되었기에, 3박 4일 세종 본가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세종에서 휴가를 보낸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역시 자전거 타기였다. 날이 더워진 이후로 자전거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금강 상류를 관찰한지도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더랬다. 게다가 강에 서식하는 겨울 철새들과 달리, 여름 철새들은 숲 위주로 살기 때문에 새를 보러 갈 일도 없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금강 상류는 여전히 경치가 기가 막혔지만, 정수리를 내려쬐는 햇볕이 더 기가 막혔다. 어질 어질한 기운을 받다보니 “응 풍경좋네” 이상의 감정(“휴식시간이로군” 같은 감정)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시원한 곳에서 경치를 보며 쉬고 싶다” 하는 마음에 저녁에는 대청댐으로 드라이브도 갔더랬다. 대청댐으로 말하자면, 2016년도 즈음이었을까,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역시, “음 경치 좋네” 하고 말 뿐이었다.
그래서 느낀 것은- 성과 자체보다는, 그것을 위해 들인 노력의 크기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성취가 큰 경우는 접하기 쉽지 않기에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겠다만, 작은 성과의 측면에서는 분명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라는 글을 둘째날 아침에 세종호수공원이 보이는 시원한 카페에서 썼더랬다. 그러고는 품이 들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이것 저것 리스트업해봤는데, 생각을 고쳐먹었다. 여름 휴가인데 뭘 또 아등바등 성취하겠단 말인가? 맘 놓고 자전거나 타면서 여자배구 응원하다가 돌아가자-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서 셋째날과 넷째날에는 텃밭에서 부추와 토마토를 챙겨오고 부추를 다듬으며 휴식을 취했다. 자전거를 한번 더 타고(엉덩이가 아프다ㅠ) 농구도 하러 갔다왔다. 머리를 깎고, 틈틈이 하루키 단편집을 읽었다. “휴식시간” 하고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인데, 다시금 원없이 달릴 시간이다. 내일이면 미국으로 유학가는 친구의 출국일이 되는데, 앞으로는 그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게끔 보조를 맞춰야 할 일이다.